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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su Jul 11. 2023

23.7.11 나의 상담 일지_2a

나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 거의 700개가 되는 질문에 답변을 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눈도 침침한데다 귀찮기도 하고 계속해서 핸드폰을 들고 있자니 손목이 아프기도 했다.


쿠팡단기알바를 다녀온 어제 저녁, 진짜 이 세상 누구보다 꿀잠을 잘 것 같았는데 새벽에 깨서 잠이 오질 않았다. 생각이 많은 뇌를 다림질을 해서 쫙쫙 피면 생각이 좀 없어질까. 아니면 오늘 있을 상담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을까 한참을 침대에서 굴러다니다 겨우 잠에 다시 들었다.


추적추적 비가 온다. 저번 화요일도 비가 왔는데 오늘은 비뿐만이 아니라 어마 무시한 습함과 더위도 함께라 학교에 걸어가다가 실신을 할뻔했다. 상담실에 십 분 정도 일찍 도착해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35분을 걸어온 탓에 당이 떨어져 상담센터 안에 간식들이 눈에 아른거렸지만 먹어도 괜찮겠냐 질문하기도 좀 그렇고 그냥 계속해서 간식들과 눈싸움만 하고 있는 나였다.


오늘은 좀 더 밝아 보인다는 선생님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상담의 끝머리에서 나는 어쩌면 지혜로운 사람보다는 밝고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선생님은 내게 문장완성검사를 하기 위한 검사지를 주시고 문장을 작성해 보라고 하셨다. 완성되지 않은 문장을 완성하는 일은 꽤나 복잡한 머리가 필요했지만 꾸며내지 않고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기 위해 딱 떠오르는 말들을 적었다. 그리고 글을 적고 있는 내가 지금 생각나는 몇 가지의 문장은...


- 내가 제일 행복할 때는 (여행을 할 때이다.)

- 나는 나이가 들면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

- 나는 아빠가 (불쌍하다.)

- 나는 엄마라는 존재는 (희생되는 존재)

- 나에게 좋은 사람은 (나를 들여다봐주고 신경 써주는 사람)

- 나에게 진짜 여성상은 (지혜로운 사람)


문장완성 검사가 끝나고 선생님께서는 오늘 한 검사를 할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어보셨다. 심리검사와 기질 및 성격 검사를 할 때는 고민되는 순간이 많아서 검사를 하는데 두 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마음이 선택하는 항목과 머리가 선택하는 항목을 잘 구분해서 하기 위해 오래 걸렸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또 괜찮았던 나와 괜찮지 않은 나의 선택이 엇갈릴 수 있기에 그냥 현재의 내가 끌리는 답을 했다고도 말이다.


문장완성검사를 통해서 나를 알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검사가 끝나고 선생님은 문장들을 보시곤 내게 몇 가지 질문을 하셨다. 여행이 내게 왜 이렇게 크게 작용하는지, 나에게 좋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가족관계 등등...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여행을 할 때 가장 성취감을 느끼고 가장 긍정적이고 가장 맑고 나답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문장완성검사지에서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있는데 그걸 연관시켜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 보자고 하셨다.

나를 들여다봐주고 신경 써주는 사람이 2-3명 정도 되는 거 같다는 말에는 1명이어도 얼마나 좋은데 그 사람들이 2-3명이나 된다는 건 참 좋겠다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하면 좋을 거 같다고 하셨고 이 글에는 일일이 적어 내려 가기는 그렇지만 가족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가족 이야기의 끝머리에서 선생님께서는 '아들러'의 책을 추천해 주시며 난 유독 아빠를 잘 들여다보는 딸이라, 그래서 아빠도 나와 더 많고 깊은 이야기를 하는거라셨다. 아빠의 순수한 사랑을 죄책감으로 생각하지 말고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는 거라며 말이다.

5:5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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