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liesu Jul 11. 2023

23.7.11 나의 상담 일지_2b

어쩌면 난 벌써 지혜로운 사람.

그리고 조금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아침에 부리나케 한 심리검사와 기질 및 성격검사의 결과를 함께 보기로 했다. 제대로 된 결과를 읽기에 앞서 심리나 성격유형 검사의 문항이 많은 이유는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하여 답변자가 비슷한 부류의 답변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함도 있는데 그런 부분과 내면과 도덕적인 부분 등등 성실하게 잘 답변을 했고 잘 어우러지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며 이 검사는 정신병원에서도 진행되는 검사라 흔히들 아는 MBTI보다는 좀 더 정확도가 높다고 하셨다. 현재의 나로서 답변을 한 터라 많은 부분이 공감됐고 심리상담 결과를 읊어보자면 이렇다.


-일련의 일들로 현재 자존감이 낮고 타인과 세상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의심을 많이 하는 편이다.

-위기감을 느껴 빠른 판단을 위해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표출하지 못한 내면의 화가 나에게로 돌아와 자책을 많이 하고 있다.

-우울의 정도가 높아 병원에 가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정도..

-정통적인 여성상이라 습관적인 가치와 경험해 온 가치가 달라서 내적인 혼란이 있다.


그냥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 문장들이었고 가볍게 적어내리기도 쉽지 않은 문장들이었다. 문장완성 검사를 하고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대화를 해보면 전혀 우울한 사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낀다고 말씀드렸다. 나 자체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밥을 먹고 이런 순간에는 큰 우울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사람이 없고 혼자가 됐을 때는 멍해지고 의욕이 없고 웃음을 잃다고 답변했는데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일련의 일들로 세상과 타인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서 의심을 하고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안 좋겠냐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가볍지만은 않은 마음으로 심리검사의 결과를 읽었다. 현재의 내가 아닌 과거의 나, 그러니까 원래 나의 심리도 나오는 신기한 검사였는데 세상을 대하는 태도, 나를 대하는 태도 등등 여러 가지가 정상범위 안에 들었지만 조금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쩌면 그래서 내가 한없이 긍정적이게 되는 여행에서의 나에게 더 애착을 가지는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는 나에 대한 신뢰감이 필요한 사람임이 분명했다. 나에 대한 믿음 말이다. 상대방에게 불편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불편들이 내게 돌아와 나를 갉아먹고 있음이 분명하니 말이다. 화가 난다고 폭발해서 화를 폭탄처럼 터뜨리지 말고 나 지금 너의 어느 부분 때문에 기분 안 좋아. 지금 화가 나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의 가치관과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인간의 도리, 첫째 딸의 도리, 한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부딪혀 내적으로 심란함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또 해야 하는 일을 알고 그것들은 이행함과 하지 않음으로 나오는 결과를 잘 알기에 혼란은 있겠지만 어쩌면 수연 씨는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겠냐는 선생님의 말씀에 내 마음에 빛이 돌았다.


심리검사 결과를 읽고 이제는 TCI라고 성격 및 기질 검사의 결과를 읽어볼 차례였다. 사실 선생님께서 읽어주시기 전까지는 내가 얼마나 괴팍하고 부정적이고 이상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았다.


나를 규정하기를 어려워한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걱정이 많다.

ㄴ이를 이 검사에서 액셀과 브레이크라고 하는데 그 수치가 높아서 연비가 많이 떨어짐..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많은 갈래의 결과물들을 수용하려 한다.


결과의 끝머리에서 선생님께서는 기질은 바뀌지 않으니 수용하는 편이 마음에 좋다고 하셨다. 그 말에 큰 공감을 했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나를 보려면 어떤 생각이 필요한가 싶었다. 마음속에서 타인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하고 생각이 많을 때는 그 순간 내 마음이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였다. 나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필요했고 나는 왜 이럴 땐 이러고 저럴 땐 저러지 왜 이렇게 바보 같지 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다양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필요했다.


오늘도 상담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질문이 뭐냐는 선생님의 말에 어쩌면 진짜 전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었을까요?라고 말씀드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들을 때면 항상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변을 하곤 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타인도 본인도 감정이건 어떤 개체건 가감 없이 잘 넘어가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오늘 상담을 마치며 생각하건대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생각한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나는 많은 생각으로 또 혼란으로 여러 갈래의 길을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마음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중에 가장 옳은 길을 선택할 수는 있는 그 선택이 가장 지혜로울 선택이고 싶은 지혜로운 선택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pm 06:19

매거진의 이전글 23.7.11 나의 상담 일지_2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