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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su Apr 28. 2024

5. 그렇게 이 책은 나의 책이 되었다.

신유진-열다섯 번의 낯

극작가, 와즈다 무아와드는 내가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신유진 작가의 책을 미술관에서 발견했던 날을 기억한다. 제대로 된 정보도 랜덤으로 펼쳤던 어떠한 페이지에서 마주한 문장들도 내게 어떠한 끌림을 주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나에게 빠졌고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책의 끝머리에서 눈물이 났다. 여행 에세이도 아닌 것이 여행에서의 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 어떠한 소원을 빌며 어떠한 것을 염원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했다. 아니 나는 과연 나의 초에 불을 켜 두었을까,


혼자 있는 쓸쓸한 방구석에서 집에 냄새도 나지 않는데 초에 불을 켤 때가 있다. 그렇게 따뜻하지도 향기롭지도 않은데 그 작은 불씨 하나가 사람 온기 같을 때가 있다. 5월의 미풍 같은 무섭지 않은 바람은 초를 켜둔 사람에게 더 불안한 마음을 들게만 하지만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받은 마음 들로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초에 불을 켰다. 언제 꺼질지 몰라 한 걸음걸음이 불안하고 조심스럽겠지만 작은 불씨의 번짐으로 많은 마음들을 기억하며 약하고 위태로운 작은 불씨와 같은 내 마음들도 지키며 걸어가겠지.


책을 읽으며 사랑하면 굽고 휘고 꺾인다는 것을 배웠다.

책 속의 열다섯 번의 낮으로 따스하면서 불안정한 기억을 되뇌었고 산다는 건 바라는 일이라고 그렇게 염원의 색이 짙은 거라는 것도 알았다. 나는 여전히 더 작은 일에, 그냥 스칠 법한 것들에 더 마음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어떠한 염원으로 이 초를 켰는가 생각해 봤다. 누군가에게 나의 불씨를 주어 내 불씨가 꺼져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냥 나의 온기를 나누며 나의 시간을 사랑하고 싶다.


책의 모서리가 다 닳았다. 책을 읽는 동안의 나는 얼마만큼의 마음이 닳고 무뎌졌을까. 마음에 들어온 문장들에 밑줄을 치고 기억에 짙게 남기기 위해 작은 다이어리에 적기도 했다. 그렇게 이 책은 나의 책이 되었다.

april 28 14:28


-일부 작가의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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