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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하고 팔 개월 만에 여행

2020년 3월의 23번째 날

by 느림주의자

사실 정말로 잘 모르겠는 기분이었다. 순간순간

코끝이 울컥하기도 마음이 울렁거리기도 했고 마음이 무겁기도 했는데 결국 설레는 건 숨길수가 없는 마음이었다.


그를 처음 만났던 날은 이주 동안의 오키나와 여행을 출발하는 날이었다. 공항에 가려던 찰나 태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다음날로 지연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난 그 길로 그를 만나러 갔다. 환하지만 약간은 쑥스러워하던 미소가 살며시 내 마음으로 다가왔고 오키나와 여행을 끝나고 우린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됐다.

그를 만나면서 혼자 하는 여행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여행이 싫었던 그 그리고 여행으로 가득 채워졌던 나. 너무 다른 우리였지만 우린 서로를 너무 아꼈고 걱정하는 게 싫다던 그는 나 때문에 항상 함께 해줬고 싫은 내색 한번 없이 오히려 기다리고 행복해져 있던 그에게 너무 고마워 혼자만의 여행은 접어두고 둘만의 여행을 해왔다. 분명 해왔던 여행과는 다른 여행이지만 나는 행복했다.



육 개월이 되면 참지 못하고 한 달씩은 떠나왔던 내가, 만약 평생 혼자 여행을 못하게 된다면 살고 싶은 의지가 없을 것 같다던 내가 일 년 하고도 팔 개월이 지난 오늘 혼자 여행을 떠난다.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아서 내가 많이 바뀌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그가 내게 그만큼 큰 존재가 됐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난 어렵게 결정해 이렇게 결국 주어진 오일 동안 무엇보다 빛나야지 오롯이 나여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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