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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혜 May 04. 2023

갑과을 사이 #2.무너질듯 방황하는 그대에게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언을 일삼는 인간 보고서

퇴사를 결심하게 된

7년 전 어느 날.


같은 팀에 정말 일을 잘하는 대리가 있었다.

엑셀을 마치 코딩하듯 프로그래밍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자였다.


그 대리도 나와 함께 매일 야근하며 인사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날은 부장이 대리가 만든 엑셀표를 보며 내게 말했다.


‘수혜야, 얘 일하는 것 좀 봐라. 진짜 잘하지?

집이 가난하면 이렇게 능력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야’


순간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못 한 채 애꿎은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봤다.

옆에 있던 대리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굳었으나 부장의 눈치를 보느라 곧 배슬거리며 웃었다.


부장은 싸늘해진 분위기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지, 대리의 ‘가난커밍아웃’을 거침없이 계속했고, 알고 싶지도 않은 대리의 어려운 집안 환경과 가족들의 직업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 대리는 나의 미래다.

대리는 부장의 폭언과 강압성을 무척이나 두려워했고, 뒤에서라도 부장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일을 잘하고 회사에 헌신적이고, 상사에게 깍듯이 대하는 대리도 부장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데, 내가 1-2년 뒤에 업무 적응도가 올라간다 한들 달라지는 것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더 이상 강압과 무시, 희롱 섞인 말들과 폭언으로 가득 찬 이 회사에, 그리고 이 팀에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졌고, 딱 3개월 되던 차에 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내 발로 나왔다.




나는 직장 내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면서 인간에 대한 고찰을 많이 한 편인데, 꼭 직장 상사가 아니더라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언을 일삼는 사람이 있다면 아래 내용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언을 일삼는 인간 보고서]

우리가 피해야 할 인간의 특징은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특징 1. 성장하면서 필요한 언어교정을 받지 못해 타인이 불편해하는 말을 계속한다.

특징 2. 부정적 화법을 자주 사용 한다.

특징 3. 감정기복이 심하며, 신경질적이고 본인보다 강한 사람한테는 아부를 일삼고, 본인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강압적으로 찍어 누른다.


만약 특징 3가지 중에 2가지 이상 해당되는 직장상사 또는 지인이 있다면 아래와 같이 해보길 추천드린다.


해결방법 1. 인간과 인간은 내면의 균형이 중요하다. 단호하고 낮은 목소리 톤으로 불편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다

(주의해야 할 점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며,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 만약 당신이 진지하게 상대방과 이야기했을 때,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을 사람이라면 시도도 하지 말자)


해결방법 2. 혹시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피해왔는가? 자신을 피하는 것을 눈치챈다면 상대는 더 집요하게 날 구석으로 몰 것이다. 그럼에도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가 반복적이고 편안해하는 업무 또는 일을 할 때 관심을 기울여 친밀도를 높이자.


반대로, 상대가 까다로운 일, 새로운 일을 맡은 시점이라면 어서 숨어야 한다! 본인의 감정쓰레기통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결방법 3. 가능하다면 이직준비를 마치고, 최대한 빨리 그 직장에서 퇴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주변 지인 중 분노조절장애에 폭언을 일삼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관계를 당분간 끊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

사실 나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내가 문제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주변사람 3인 이상이 나와 동일한 의견인지 확인해 보자. 만약 나 혼자만 그 상사 또는 그 사람과 관계가 안 좋다면? 한번 스스로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 많이 존재한다.

여기서 '이상하다'의 정의는 상대방을 찍어 누르며 과시욕을 채우거나, 존중 및 배려를 전혀 하지 않는다거나, 변덕이 심한 감정기복으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경우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내 안의 화가 많아지는데, 이 경우 의학적으로 신경세포가 꾸준히 파괴되면서 생명이 단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러니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갖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끔 ‘내가 그 회사에 더 오래 버텼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분명 내 몸과 마음이 썩어 문드러졌을 것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 직무가 다 무슨 소용일까.

내가 불행 속에서 살고 있다면 남들이 보기에 꽃밭 같아 보일지 언정 마음을 굳건히 하고 그 불행 속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맞다.


나이가 적고 많고, 직급이 높고 낮고를 떠나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본인보다 어린 사람에게 폭언을 행사하거나 쉽게 비난하고 무시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인품만 떨어뜨리는 행동일 뿐이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면, 용기를 내보자. 그리고 선택하고 행동해 보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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