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의 나’를 기록하기 위해서
지금이 내가 가장 젊을 때, 나는 '지금의 나'를 기록하기로 했다.
나는 좋게 말하면 느긋하고, 나쁘게 말하면 몹시 게으르고 의지박약한 인간이다. 해야 할 일은 미루기 일쑤고, 행동하진 않으면서 생각만 많은 타입이랄까? 몸은 늘 침대에 있으면서, 머릿속은 이런저런 일들로 분주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오랫동안 운동과는 담쌓은 인간으로 살아가다가 마흔 언저리에 요가를 시작했다. ‘몸치’에 유연성이라곤 ‘일’도 없는 몸이지만, 호흡과 명상에 수련을 더한 요가는 나와 그럭저럭 궁합이 잘 맞았다. 아마 정적인 운동이라 그랬나 보다. 덕분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시간 요가 수련을 하며 보낸 40대 초·중반은 그리 날씬하진 않지만 뚱뚱하지도 않은 52~53kg의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었다(키가 156cm의 단신이라 적은 몸무게라고 할 순 없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운동을 열심히 해보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요가 클래스가 잠정휴업에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요가 외의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던 시기라 먹는 족족 살이 쪘고, 오랫동안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몸은 여기저기 결리고 아팠다. 나중에는 몸무게가 58kg까지 늘어나고 왼쪽 팔은 들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이러다 큰일 나겠구나 싶은 마음에 집 근처 PT센터를 찾은 게 2020년 12월. 코로나 19 팬데믹이 한창이던 때였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PT 등록까지 일사천리로 완료했지만,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몸은 일주일에 2~3번 PT 수업을 받는 게 벅차 몸살을 앓았다. 수업을 받은 날이면 근육통이 심해 온몸이 결리고 아프니 운동이 재미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실제로도 PT 수업 초반에는 이미 낸 돈이 아까워 50분 수업에만 간신히 참여했을 뿐 개인 운동은 해볼 생각조차 안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운동에 그리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았건만 살이 조금씩 빠지고 왼쪽 팔이 쓸 만해졌다. 몸무게는 55kg 전후로 내려갔고, 들어 올리기조차 어려웠던 팔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다. 그러자 ‘이게 운동의 효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운동이 조금씩 즐거워졌다. 내가 노력한 만큼 돌려받는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다음부턴 일주일에 한두 번씩 러닝머신을 빠르게 걷거나 느리게 뛰는 정도의 가벼운 유산소운동을 시작했다. 남편을 따라 등산도 다녔다. 덕분에 체력은 확실히 좋아졌다. 나날이 강도가 높아지는 PT 수업도 잘 버틸 수 있게 됐고, 코어의 힘도 향상됐다. 코로나19 종료 이후 재개된 요가 클래스는 이 같은 PT의 효과를 확실히 체감케 해 주었다. 예전에는 힘들어서 무너지기 일쑤였던 스쿼트나 플랭크를 오랜 시간 버텨낼 수 있었고, 코어 힘이 약해 엄두도 내지 못했던 물구나무서기도 곧잘 해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재미와 흥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운동이 하루의 중요한 루틴으로 자리 잡긴 했지만, 조금씩 몸은 나태해졌고 식탐은 폭발했다. 운동을 꾸준히 계속했음에도 몸무게가 현상유지에 그친 건 이 때문이다. 게다가 근육량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데 반해 체지방은 금세 증가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새로운 목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던 시점에 2024년이 도래했다.
‘바디 프로필’을 찍겠다고 결심한 건 그래서였다. 올해는 내 나이가 50대에 접어드는 해이니 뭔가 기념할 만한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지금까지 이어진 나의 운동 궤적을 완전히 뒤바꿀 만한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맞닿은 결과였다.
이 나이에 바디 프로필 촬영이라니 주책인가 싶기도 하고, 4년 동안 안 빠지던 살이 두세 달 만에 과연 빠질까 싶기도 하지만, 뭐 안 되더라도 일단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젊고 날씬하던 시절은 이미 가버린 지 오래고, 50을 눈앞에 둔 지금이 내 인생에선 그나마 가장 젊은 때이니 ‘지금의 나’를 기록해 보자는 마음으로. Let’s 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