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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May 04. 2024

런지가 제일 싫어!

-4년째 PT 중

그동안 측정해 온 인바디 누적 결과표. 처음 PT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몸무게는 3.6kg, 체지방률은 8.2% 줄었고, 근육량은 1.3kg 늘었다.


런지는 늘 나의 한계를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반복하면 할수록 기존의 한계를 넘어선다.


“샘, 런지 좀 안 하면 안 돼요?”

“이거 몇 개 해요?”

“다시는 안 하고 싶다.”


런지를 할 때마다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쓰리 콤보다. ‘하체운동의 대명사’라 불리는 런지는 내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뒤틀려있던 골반을 조정하려니 허리가 아프고, 까치발로 온몸을 버텨야 하니 다리가 후들거려서다. 운동신경과 균형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허리 건강과 코어 강화에도 효과가 좋은 운동이라지만, 할 때마다 어찌나 다리가 끊어질 듯 아픈지 매번 트레이너에게 ‘안 하면 안 되냐?’고 사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트레이너는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방향을 전환해 ‘몇 개 해요, 샘?’이라고 물으며 개수 협상에 들어간다. 스무 개를 열다섯 개로 줄이고, 열다섯 개를 열 개로 줄이는 식이다. 그렇게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런지를 끝내고 난 후엔, ‘다시는 안 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다. 물론 나의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지만···.




PT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런지는 고역이었다. 일주일에 2~3번, 하루는 상체운동, 하루는 하체운동의 사이클을 반복하는데, 하체운동을 하는 날에는 수업에 가기 싫어 몸을 뒤틀었을 정도다. 1시간에 5만 원 꼴인 수업료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빼먹고도 남음이 있다. 


PT를 시작한 게 온전히 내 의지만은 아니었던 터라 더 그랬다. “엄마, 내 친구가 PT 받는데 운동 효과가 좋대. 나도 한 번 받아볼까?”라던 딸의 말이 계기가 돼 집 근처 PT 센터에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딸이 통 집 밖에 나가질 않고 침대에 누워만 지내던 터라, ‘운동이라도 하면 딸이 무기력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컸다. 혼자 보내면 작심삼일로 그칠까 봐 일부러 함께 갔던 거고···. 부수적으로 늘어난 살도 빼고 아픈 팔도 좀 나아지면 좋겠다 싶었다. 30회씩 2명을 등록하려니 300만 원이 넘는 거금이 들어갔지만, 아깝다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다. 재미있는 건 딸이 30회를 간신히 마치고 PT에 안녕을 고한 후에도, 나는 4년째 PT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하나 보다.




내가 비싼 돈 들여가며 PT를 계속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의 효과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어서다. 먼저 아파서 위로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었던 왼쪽 팔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됐고, 3kg 전후에 불과하지만 살이 빠져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체력도 좋아졌다. 잘 걷고 잘 뛰고 잘 버틴다. 자세가 곧아지고, 말려있던 어깨가 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체형도 예쁘게 다듬어졌다. 처졌던 엉덩이가 올라갔고 늘어졌던 뱃살이 빠지면서 배가 탄탄해졌다. 내가 봐도 안 예뻤던 몸이 ‘어, 예전보다 많이 괜찮아졌는데?’로 바뀌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물론 20~30대 시절 몸매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비교해서도 안 되지만, 내 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확실히 너그러워졌다. 거울 앞에 서는 게 싫지 않으니 말이다. 자존감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몸의 변화가 가져온 마음의 변화다.


런지는 여전히 싫고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 하지만 견디지 못할 만큼 힘들다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계는 몸이 아닌 마음에서 오는 것, 런지와 PT가 알려준 소중한 교훈이다.
런지의 일종인 다리 빼기 시전 중. PT 초창기 사진이다. photo by J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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