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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Apr 27. 2024

매일 6,000보, 쉼 없이 걸어요.

-걷기의 효용

걷다 보면 알게 된다. 내 몸과 마음의 미세한 변화를.


이번 주 월요일, 화요일 제주도에 다녀왔다. 목적은 일출 보기와 올레길 걷기. 친구가 계획한 여행에 뒤늦게 합류한 건데, 이전과 비교하면 참 이례적인 여행이었다. 


“혜정,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우리가 올레길 걷겠다고 제주도엘 다 오고···.” 

“그러게. 옛날 같으면 아마 그랬을 거야. 너 미쳤냐? 제주도에 쉬러 가야지, 멀쩡한 차 놔두고 걷긴 왜 걸어?”

“그런데 지금은 걷고 뛰고 등산하고 운동에 완전 진심이 됐으니···. 이러다 우리 150살까지 사는 거 아냐?”

“150살은 몰라도 아마 100살까진 살 수 있을걸?”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우리가 택한 길은 바다에 면한 제주 올레길 10코스. 송악산과 사계해변을 낀 이 길은 대체로 완만해서 걷기에 수월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머리가 산발이 되긴 했지만 주변 경관을 살피며 걷기에 좋았고, 방목 중인 말과 눈을 마주친다든지 도시에선 보기 힘든 선명한 빛깔의 무당벌레를 발견하는 등의 소소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게다가 숨을 쉴 때마다 몸속 깊숙이 신선한 공기가 들어차는 기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렇게 3시간여를 걷고 난 후에는 완전히 기진맥진해 버렸지만.


제주도 올레길 10코스 탐방. 스벅의 유자민트차 한 잔 들고 송악산 걷기에 나선 길. 바다와 바람의 조화가 눈부시다.


친구와도 잠깐 얘기했지만, 예전의 나는 걷는 걸 아주 싫어했다. 아니, 걷기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거 자체를 싫어했다. 몸을 움직이면 땀이 나고, 땀이 나면 옷이 젖으니까. 내 머릿속에선 ‘땀=불쾌하다’는 등치관계가 성립했다. 어떻게든 걷기와 뛰기를 멀리하고 움직임을 최소화하려 했던 이유다. 그러던 내가 매일 6,000보 걷기에 진심이 되다니···. 나를 아는 사람은 깜짝 놀랄 만한 변화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예전보다 걷는 걸 싫어하지 않게 됐지만, 열심히 걷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 매일 6,000보를 걷게 된 건 한 달 전부터다. 요가 수업 때 타고 다니던 모닝을 처분하면서 자연스레 1.5km 전후 거리를 걸어서 오가게 됐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스마트폰 대신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20~25 분을 걸어 요가수업에 참여하니, 몸과 마음이 새로운 자극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달까.


실제로도 걷기는 심폐 기능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에 좋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개선해준다고 한다. 또 골다공증과 각종 암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니,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인 셈이다. 


게다가 걷기는 잡념을 떨치는 데 효과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도 도움을 준다. 쓸데없는 생각들로 꽉 차 있던 머리가 말끔하게 비워지는 느낌이다. 또 다리 근육을 키워주고 다이어트 효과도 크다. 매일 6,000보 걷기를 꾸준히 실행한 후부터는 체지방이 계속 빠지고 근육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몸무게는 아직 큰 변동이 없지만 계속하다 보면 몸무게도 내려가지 않을까?


더 좋은 건 계절의 변화,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거다. 벚꽃이 한창이던 4월 초엔 꽃비가 흩날리는 길을 걸었고, 지금은 비가 내린 후 더 화사해진 분홍빛 철쭉과 연한 초록의 나뭇잎을 매일 마주치고 있다. 


덕분에 내 몸과 마음도 매일 새로워지고 있다. 즐겁고 행복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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