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혜정 May 18. 2024

식단, 내 몸을 챙기는 습관

-내가 먹는 게 내 몸을 만든다!

다이어트는 장기전이다. 꾸준한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면 효과는 확실하다. 특히 철저한 식단은 다이어트의 핵심이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어느 책 제목처럼, 내가 먹는 것이 곧 내 몸을 만든다. 


“혜정 회원님, 앞으로는 하루 먹는 양을 1,300kcal, 매 끼니를 400kcal 전후에 맞추셔야 해요. 수업이 없는 날에도 매일 1시간씩 센터에 나와서 유산소운동이랑 근력운동 병행하시고요. 그래야 목표 수치에 도달하실 수 있습니다.”


바디프로필을 찍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자 트레이너가 해준 말이다. 하긴 운동만 해선 살이 잘 안 빠진다. 이는 이미 지난 3년여의 경험으로 체득한 바다.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면서 살을 뺄 순 없다, 그러니 가능한 한 내 입맛에 맞는 다이어트 음식을 찾아내자. 내가 식단을 시작하면서 한 결심이다.




트레이너가 다이어트 시 피해야 할 음식으로 강조한 건, 첫째, 밀가루 음식, 둘째, 단 음식, 셋째, 튀김류였다. 여기에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것을 당부했다. 한 마디로 밥(쌀)을 먹는 양과 빈도수를 줄이라는 것. 밥 대신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등을 먹고, 단백질과 채소류 섭취를 늘리라는 얘기였다. 


 국수류와 떡볶이 같은 분식류를 좋아하고, 커피는 꼭 설탕을 두 개씩 넣어 마시며, 밥은 흰쌀밥만을 고집하던 그간의 음식 취향을 다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평소 느끼한 음식을 싫어해 튀김류는 즐겨 먹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앞으로 3~4개월 동안 기존 식습관을 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일단 식단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나는 트레이너가 당부한 사항을 하나하나 실천하기 시작했다. 먼저 빵을 끊었다. ‘빵순이’라고 불릴 만큼 빵을 좋아했던 터라 끊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정 빵이 먹고 싶으면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씩 호밀빵을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라면도 끊었다. 그리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은 가급적 입에 대지 않았다. “라면이 너무 먹고 싶을 땐 건면을 드세요”라는 트레이너의 충고대로 라면이 너무 먹고 싶을 땐 건면을 끓여 먹었다. 맛은 조금 떨어졌지만 그런대로 영혼은 충족되는 듯했다. 


다음으론 커피를 줄였다. 많게는 하루에 5~6잔씩 마시던 커피를 2~3일에 한 잔 마시는 정도로 대폭 줄였고, 설탕도 넣지 않거나 넣는 양을 스틱 한 개로 줄였다. 대신 보리차를 많이 마시기 시작했다. 적게는 1.5리터에서 많게는 2리터까지 수시로 마셨다. 물을 많이 마시자 커피 생각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커피를 달게 먹는 걸 제외하곤 케이크나 초콜릿, 디저트류의 단 음식이나 탄산음료 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식습관도 당류 섭취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다음은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단백질 섭취를 늘렸다. 매 끼니마다 밥 대신 고구마나 감자, 두부를 먹고, 닭가슴살볼이나 소고기 큐브 스테이크 같은 고기류를 많이 먹었다. 양상추나 브로콜리, 당근, 토마토 등 신선한 채소류의 섭취도 늘렸다. 배가 고프거나 간식이 당길 땐 과자나 단 음료 대신 단백질음료나 그래놀라를 먹었다.  


그리고 ‘매 끼니를 비슷한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먹는 게 좋다’는 트레이너의 충고에 따라, 가능한 한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음식을 먹을 때도 의식적으로 채소류(식이섬유)>단백질>탄수화물의 순서로 먹으려고 노력했다. 




식습관이 달라지자 몇 가지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큰 변화는 미각이 살아났다는 것. 맵고 짜고 단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졌을 땐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잘 몰랐다. 양상추는 밋밋해서 맛이 없었고, 당근은 특유의 향과 맛이 싫었으며, 설탕을 뿌리지 않은 토마토는 싱거워서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나 식단을 시작한 후부터는 양상추의 단맛과 사각거리는 식감을 사랑하게 됐고, 아삭한 당근의 달콤한 맛에 끌리게 됐으며, 싱겁고 밍밍한 듯한 토마토 특유의 단맛을 즐기게 됐다. 퍽퍽한 닭가슴살도 담백해서 맛있게 느껴졌고, 소스를 뿌리지 않은 샐러드도 먹을 만해졌다. 시큼한 듯 무미(無味)한 그릭요거트와 그래놀라의 조화에도 익숙해졌다. 


또 하나의 변화는 내가 나를 좀 더 존중하게 됐다는 거다. 그동안은 나 혼자 식사를 할 때가 대부분이라 대충 냉장고에 있는 반찬 꺼내서 먹고 치울 때가 많았다. 직장생활 중인 남편과 성인이 된 두 자녀가 가족 구성원이다 보니 함께 식사할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침, 점심은 혼자 먹는 게 당연했고, 저녁도 어쩌다 남편과 함께 먹는 정도였다. 


하지만 식단을 시작한 후 매 끼니 먹는 음식을 공유하라는 트레이너의 요구에 따라, 나는 매 끼니마다 나만을 위한 식탁을 차리게 됐다. 예쁜 접시에 예쁘게 음식을 담아 촬영한 후 트레이너가 개설한 1:1 밴드에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점심저녁 내가 먹을 신선한 야채를 그때그때 씻어서 담고, 고기를 굽고 볶고 덥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는 나를 대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스스로를 낮추거나 하대하지 않고 나를 아끼고 사랑하게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식단이 익숙해지자 먹는 양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그리고 몸무게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드라마틱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식단 시작 전 55kg이었던 몸무게가 54kg를 지나 53kg에 근접한 정도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아직까지 식단을 아주 철저하게 실천하진 않았다는 거다. 가끔은 밖에 나가 수제비나 칼국수를 먹었고, 빵이나 과자도 정말 참기 힘들 땐 한 번씩 먹어줬으며, 주말엔 맥주도 한 잔씩 마셨다. 덕분에 몸무게는 많이 줄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는 한결 덜했다. 


이제 바디 프로필 촬영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 앞으로 식단을 좀 더 강화하고 운동 시간을 좀 더 늘린다면 목표 수치인 50kg까지의 감량도 가능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예측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긍정과 희망은 없던 에너지도 샘솟게 하는 법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식단 조합 두 가지.

(왼쪽) 호밀빵에 루꼴라와 토마토, 치킨바질페스토를 더한 '[미아논나] 치킨바질페스토 샌드위치'(자주 먹진 않지만 빵이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만족스러운 식사가 가능하다. 컬리에서 구매)와 당근 스틱, 삶은 계란, 올리브유를 더한 사과와 땅콩버터(최화정 언니의 레시피), (오른쪽) 스팀 닭가슴살볼에 고구마를 더한 '[탄단지] 고구마를 품은 닭가슴살 청양고추맛'(자주 먹는 식단. 컬리에서 세일할 때마다 구매한다.)과 치킨 카레, 검은깨 두부. 밥 대신 카레와 두부를 함께 먹으니 든든하고 칼로리도 낮아 다이어트에 그만이다.

이전 05화 코어 근육은 중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