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걷지 말고 뛰자
달리기 전의 설렘, 달리는 동안의 힘찬 박동.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 5km 러닝.
벌써 여섯 번째다, 5km 마라톤에 참가하기 시작한 게. 처음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게 2023년 10월 15일. 이후 한동안은 달릴 생각을 하지 않다가 2024년 바프 촬영을 결심하면서 5km 러닝을 시작했다. 이후 3월 1일, 4월 21일, 이렇게 한 달에 한 번 꼴로 달리다가, 5월부턴 12일, 18일, 25일 이렇게 매주 한 번씩 달리고 있다. 지지난 주엔 '제24회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 지난주엔 '2024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 참여했고, 오늘은 '제29회 바다의 날 마라톤대회'에 다녀왔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세 대회 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는데, 앞의 두 대회는 차량 통제를 한 후 도로 위를 달렸다면 오늘 대회는 상암월드컵공원 내를 달렸다는 것 정도가 달랐다.
내가 직접 5km를 달리기 시작한 건 최근 일이지만, 마라톤대회에 다니기 시작한 건 벌써 10년도 더 된 옛날 일이다. 남편이 마라톤 마니아라 한 달에 최소 2번은 10km 코스나 하프 코스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내 역할은 피니시라인에 골인하는 남편을 촬영하는 일이 다였지만,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상쾌한 공기를 맞으며 공원을 산책하는 일은 생각보다 근사했다. 함께 간 시어머니와 여의도나 뚝섬 한강공원, 상암 월드컵공원 등을 느릿느릿 걷다가 배가 고프면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 먹는 것도 좋았고...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 덕분에 차 타고 드라이브하며 여행 기분 내니 좋구나'라고 생각했을 뿐, 내가 직접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나도 한 번 달려볼까 하는 마음으로 남편은 10km, 나는 5km에 참여했는데, 완주한 게 어디냐고 할 만큼 달리고 난 후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기록은 44분 4초 38. 뛴 구간보다 걸은 구간이 좀 더 많았고,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천근만근이었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이듬해 처음 참여한 3월 1일 대회는 조금 달랐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대회였는데, 평소 차들로 꽉 차 있던 도로 한복판을 달리는 기분은 자유 그 자체였다. “운동화 한 켤레 후다닥 신고 문 밖으로 달려 나가면,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여기, 자유”라는 명언이 실감 났다. 그래서일까? 기록도 조금 나아졌다. 42분 12초 32. 충분하진 않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4월에 참여한 대회는 수원에서 열린 제22회 경기마라톤대회. 오르막내리막이 계속 반복돼 달리기는 힘들었지만, 마지막 피니시라인이 수원종합경기장 스타디움을 달려 골인하는 코스라 성취감이 남달랐다. 기록칩도 없는 5km 코스에 참여한 것에 불과하지만, 마치 마라토너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달까. 기록은 42분 7초 41. 비록 5초지만 지난번보다 나아진 것도 자랑스러웠다. 중간에 걷는 구간도 조금 줄어들었고... 온전히 나의 몸과 호흡에 집중하는 약 40여 분의 시간이 몹시 달가워지기 시작했다.
6월 중순으로 예정된 바프 촬영일이 가까워지면서 나의 운동 시간도, 마라톤 참가 횟수도 늘어났다. 처음 5km 마라톤에 참여할 땐 '내가 5km나 되는 거리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면, 이제는 '오늘 코스는 지난번과 어떻게 다를까? 오늘은 지난번보다 기록을 앞당길 수 있을까?'라는 설렘으로 가슴이 차오르곤 한다. 기록도 드디어 40분 안쪽으로 진입했다. 약 4.7km를 달렸던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는 35분 59초 72, 상암동 월드컵 공원 인근 도로를 달렸던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는 39분 51초 64, 오늘 상암 월드컵 공원 내를 달렸던 바다의 날 마라톤대회는 32분 58초 13. 나의 5km 러닝 이력과 마라톤 대회 참가 경험은 계속 늘어나고, 기록은 다소의 들고남이 있지만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다음 주에는 여의도공원에서 열리는 지구런에 참가할 예정. 신기하게도 점점 달리는 게 좋아진다. 그리고 달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숨도 덜 차오른다. 5km 러닝 덕분에 내 몸은 더 좋아지고, 더 건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