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혜정 Jun 08. 2024

운동도 함께해야 재밌다

-나의 운동 메이트

여행의 즐거움이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달려 있는 것처럼, 운동도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 즐거움의 크기가 달라진다.

운동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내 몸도 달라진다. 하지만 나와의 싸움이라고 해서 꼭 혼자서만 할 필요는 없다. 같이 해줄 사람이 있으면 운동은 좀 더 쉽고 좀 더 재밌어진다.




나의 첫 번째 운동 메이트는 다름 아닌 남편이다. 운동과 외부 활동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E'형인 그를 따라다니다 보니, 움직이길 싫어하고 집 밖에 나가길 꺼리는 극'I'형의 나도 조금씩 운동에 발을 들이게 됐달까. 


"집에만 있지 말고 운동 좀 해. 그러다 계속 살찐다."

이런 잔소리를 하도 듣다 보니 요가를 시작하고, PT를 등록하고, 등산과 마라톤까지 하게 된 셈이다. 뭐 좋은 쪽으로 변화한 거니 나쁠 건 없지만, 처음엔 정말 귀찮고 짜증 '이빠이'였던 게 기억난다.  


'그렇게 운동이 좋으면 자기나 할 것이지, 왜 나한테까지 난리람?'

그가 내게 잔소리를 할 때마다 내 머릿속엔 이런 불평불만만 가득했더랬다. 그러다 정말 살이 많이 찌고 건강까지 안 좋아지니 싫어도 남편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됐고, 지금은 주말마다 등산과 마라톤을 함께하는 '최애' 운동메이트가 됐다. 


남편과 운동을 같이 해서 좋은 점 세 가지를 꼽으면, 첫째, 남편이 내 운동 비용을 대신 내준다. 석 달에 150만 원가량 하는 PT 비용을 4년째 내주고 있다. 내가 운동 열심히 해서 살을 빼는 게 남편 역시 좋은 모양이다.  둘째, 운동 노하우를 알려준다.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물 조금 외에는 아무것도 안 먹는 게 좋다든지, 가능한 한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뛰어야 쉽게 지치지 않는다든지, 등산을 하다가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플 땐 무리하지 말고 충분히 쉬어주는 게 좋다든지, 하는 자기 나름의 노하우를 내게 전수해 주고, 내 몸 상태를 계속 옆에서 살펴준다. 마라톤 기록이 좋아지면 함께 기뻐해주고, "대단한데, 우리 와이프"라고 말하며 칭찬해 주고, 등산하다가 숨이 차서 헐떡거리면 "조금만 더 가면 돼. 다 왔어"라고 다정하게 격려해 준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면 '그만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힘든 순간도 버티게 되고, 또 완주할 때까지, 정상에 오를 때까지 없던 힘도 쥐어짜 내게 된다. 뭐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셈이다. 셋째, 공통의 화제가 생겨 대화가 늘어난다. 마라톤과 등산을 함께 다니니 그에 대한 화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 같이 하는 시간이 늘어나 사이도 더 돈독해졌다. 어찌 보면 젊을 때보다 더 사이가 좋아진 듯하다. 운동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인 셈이다.

함께 마라톤 대회에 갔다가 찍은 사진. 마라톤 초보인 내 운동화는 깨끗한 데 반해 10년 넘게 마라톤에 참가해 온 남편의 운동화는 그간의 운동 흔적이 역력하다.



 

나의 두 번째 운동 메이트는 친구들이다. 대학 시절 절친 2명과 제주도 올레길을 함께 걷고, 강화도 마니산을 함께 등반하고, 카톡방에서 수시로 운동 경험을 함께 나누면서 우리는 더 친밀해졌다. 같은 나이에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더 그런 듯하다. 어떤 샐러드가 맛있는지, 어디에서 더 싸게 더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지 식단 정보도 함께 나누고, 어느 산 어느 코스가 등산하기에 좋은지 서로 알려주고, 걷기 운동을 나갔다가 발견한 맛집 정보도 공유하는 등 정보 공유도 빈번하다. 


게다가 친구 한 명은 나처럼 PT에 등록해 1년째 열심히 운동에 매진 중이다. 나보다 살도 훨씬 많이 빠지고 인바디 점수도 훨씬 높은 능력자 친구다. 때로는 함께, 때로는 따로, 경쟁하듯 운동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이 친구들이 있어 내 운동은 좀 더 즐겁고 언제나 유쾌하다.


절친들과 함께했던 마니산 등반. 거의 기어가다시피 힘들게 올라갔지만 정상인 참성단에 올랐을 때의 기분은 최고였다.




나의 세 번째 운동 메이트는 선생님들이다. 귀여운 얼굴에 유머감각도 풍부하고 에너지까지 넘치는 요가 샘은 1시간가량의 요가 수업을 늘 성취감 가득한 수업으로 만들어준다. 땀이 비 오듯 하는 힘든 수업이지만, 끝나고 나면 '아, 오늘도 해냈다. 간신히지만 잘 따라왔다'라는 맘이 들게 해 준달까. 게다가 어떤 동작이든 하나하나 단계별로 알려주고 어려운 동작도 도전해 볼 수 있도록 격려해 줘서 이 선생님과 함께한 후 요가가 정말 많이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전 선생님이 그만두고 이 선생님이 새로 오셨는데, 정말이지 너무 다행이다 싶다. 친절하고 열정적인 선생님이 뿜어내는 긍정의 기운은 나처럼 겁 많고 진도 더딘 수련생도 점점 나아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PT 샘은 나보다 열여섯 살이 어린 체대 출신 남성인데, 사실 수업을 처음 시작했을 땐 남자 트레이너가 내 몸을 터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크고 너무 '빡세게' 운동을 시켜서 불만이 컸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내 성격도 한몫했고... 하지만 지금은 아주 만족스럽다. 내 몸 컨디션에 맞게 커리큘럼을 짜주고, 허리가 아프다든지 어깨가 결린다든지 하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줘서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건강한 몸이 됐다. 게다가 체형도 많이 개선됐다. 어깨말림이 완화되고, 힙업 효과도 확실하다. 유머감각이 풍부하고 자기 분야를 꾸준히,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장점이다. 늘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나의 바디프로필 촬영도 '좋은 생각'이라며 적극 지지해 줬다. 물론 나는 여전히 "왜 이렇게 많이 시켜요?", "너무 힘들어서 안 하고 싶다", "조금 쉬었다 해요, 샘"을 반복하는 불량회원이지만, 이런 불만과 투정도 웃음으로 넘길 아는 여유의 소유자다. 내가 4년째 지치지 않고 PT를 계속해 올 수 있었던 것도 일정 부분 그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내 옆에서 나를 지지해 주는 남편과 친구들, 선생님들... 이들이 있어 아무리 힘든 운동도 즐겁게 버틸 수 있다. 


이전 08화 어차피 내려올 걸 왜 올라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