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 싫어질 때

-매일, 조금씩, 꾸준히, 일상의 조각들을 그러모으기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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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글을 쓰는 게 싫어진다.

써야 할 글이 많을 때,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을 때, 나는 글을 회피하거나 글에서 도피한다.

글로 쌓인 스트레스를 글로 풀기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달까.

(써야 할 글을 쓰지 않고, 다른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커서인 듯하다. 해야 할 일을 미뤄둘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스스로를 질책한다. 내적으론 스스로에게 엄격한데, 외적으론 그런 것이 드러나지 않아, 생활은 오히려 방만해 보이는, 이 이상한 모순도 견디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한동안 열심히 글을 올리던 모든 공간을 멀리 한 채, 나는 요즘 수시로 잠에 빠져든다.

겨울잠을 자듯 마음을 웅크린 채로.




매일 쓰는 일기는 귀찮거나 식상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불현듯 일기라도 써보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글 쓰기가 못내 싫어졌을 때 되돌릴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다. 무기력한 채로 시간을 흘려보내느니 시답잖은 글이라도 쓰면서 마음을 추스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고. 그래서 매일 브런치에 일상의 기록을 올려보자, 는 생각을 했다. 게으름뱅이 주제에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지,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순 없지만, 일단 한 번 해보는 걸로.


오늘은 그 시작이다.




남편과 시어머니와 함께 '아점'을 먹으러 외출했다가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떡을 샀다. 금세 뽑아낸 듯 매끄럽고 말랑말랑한 가래떡이 한 줄에 1,000원, 시어머니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 하셨던 포근포근해 보이는 시루떡은 한 팩에 4,000원, 갓 쪄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 찰떡도 한 팩에 4,000원. 남편이 좋아하는 가래떡 5줄, 어머니가 좋아하는 시루떡 한 팩, 내가 좋아하는 팥 찰떡 한 팩을 사서 비닐봉지를 달랑거리며 돌아왔다. 집에 와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개봉한 팥 찰떡에 요즘 꽂힌 스타벅스 유자 민트 티를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게 없는 기분이다.


남편이 조금 있다가 찜질방에 가자고 했으니 거기 가선 미숫가루에 구운 계란을 먹어야지.

요즘은 점점 옛날 간식들이 좋아진다. 이 또한 나이 듦의 증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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