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을 버려요

-비우니까 가뿐해졌다. 마음이 개운하다!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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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년 만에(?) 냉장고 청소를 했다. 그동안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빈 틈 없이 꽉 차 있는 냉장고를 보면서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는데, 한 번 손대면 일이 커질까 봐 못 본 척 미뤄뒀던 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이 일단 냉장실만 비웠다(냉동실까지 하기엔 체력이 달린다.ㅠ.ㅠ 냉동실은 다음 기회에~). '혹시나 먹으려나?' 하고 통마다 담아둔 반찬, 국, 장아찌, 김치, 기타 등등을 버리니 냉장고가 구석구석 훤해졌다. 이번 기회에 과일통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던 오래된 배도 과감히 버렸다. 시들시들해진 지 오래이건만, '나중에 갈아서 고기 잴 때 써야지' 하며 내버려 두었던 게 언제인지...


비단 냉장고만이 아니다. '언젠가 쓸지도 몰라' 하며 담아둔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로 집안도 정신없어진 지 오래다. 옷장은 입지도 않으면서 버리기 아까워 보관해뒀던 옷들로 그득하고, 책장은 '나중에 읽어야지' 하며 사둔 책들로 빼곡하다. 버리지도, 비우지도 않고 계속 물건만 사대니 차고 넘칠 수밖에.


그나마 냉장고는 식재료에 유통기한이 있어 옷장이나 책장보다는 버리고 비우는 빈도가 잦은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어쨌든간에 먹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고 쌓아만 두었던 음식과 식재료들을 정리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뿐해졌다. 따지고 보면 '언젠가'와 '나중에'를 생각하며 보관해뒀던 음식과 식재료들은 결국 버려질 확률이 80% 이상이다. 지금 버리느냐, 며칠 후에 버리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다면 지금 당장 버리는 게 냉장고에도, 내 정신건강에도 유리하지 않을까?


무엇이든 쉽게 버리지 못하는 건 미련이 많아서다. 어차피 버릴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버리자. 미련을 버릴수록 냉장고도, 내 마음도, 예뻐지고 훤해지고 개운해진다. 오늘, 냉장고 청소에서 얻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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