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일한 사치품목은?

-처음엔 다이어트, 지금은 현상유지가 목표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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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PT수업이다. 원래 돈도 써본 놈이 쓸 줄 안다고, 남편도 아니고, 애들도 아니고, 오로지 나를 위해서 150만 원 넘는 돈(3개월에 165만 원이니, 1년이면 660만 원이다!)을 결제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소심쫄보'라, 나는 여태껏 명품백도, 명품옷도, 명품구두도 일절 사본 적이 없다. 갖고 싶단 생각은 많이 하지만, 눈 질끈 감고 지르기엔 앞날이 불투명한 프리랜서 신세(?)다 보니 소비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그럼, 남편 카드로 지르면 되지 않냐고? 혹시라도 '뭘 샀냐? 뭐가 이렇게 비싸냐?' 이런 소리 들을까 봐 아예 눈도 돌리지 않았다(싫은 소리 듣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편이다. 도전하는 걸 꺼리는 것도 실패해서 싫은 소리 듣는 게 싫어서다).




사실 PT수업을 처음 시작한 것도 내 의지라기보다는 코로나19와 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년 가까이 다녔던 요가수업이 폐강되고 집에만 있다 보니 '확 찐 자'가 되어버렸거든. 몸무게가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가자 '뭘 하든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딸이 PT수업을 받아보고 싶다고 하길래 얼른 가서 동반 등록을 한 게 계기가 됐다. '얘가 뭘 해보겠다고 하는 일이 몹시 드무니 한다고 할 때 빨리 등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 근처 PT센터에 가서 두 사람 분의 PT수업을 등록한 것이다(둘 다 천성이 게을러서 두 번 오가기 싫은 마음에 아예 등록까지 일사천리로 해버렸다). 이후 딸은 30회 수업을 마친 다음 PT수업을 종료했지만, 나는 그 이후로도 계속, 2년 가까이 PT수업을 받고 있다. 지금은 요가수업까지 받고 있으니, 아침엔 요가, 저녁엔 PT라는 일종의 운동 루틴이 형성된 셈이다.




덕분에 살이 막 빠지진 않아도 찌지는 않는 적당한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다. PT수업 초반엔 60kg에 육박하는 몸무게(58kg, 코로나19 전에는 52~53kg였다!)를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었는데, 3~4kg를 다이어트한 지금은 55kg 전후의 몸을 현상유지하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욕심 같아선 5kg 정도 더 빼서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가고 싶지만, 먹는 게 인생의 낙인 나에겐 불가능한 목표일 뿐.ㅠ.ㅠ

(고기를 좋아하고 야채를 싫어하는 '초딩' 입맛인 데다, 맛있는 것엔 사족을 못 쓰는 편이다.)


물론 PT수업이 내게 너무 비싼 사치품목이란 점은 변함없다. 하지만 요즘은 '나를 위한 작은 사치'가 유행이라니, 이 정도의 사치는 눈 감아주는 걸로! 쓰는 재미가 있어야 버는 재미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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