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의 날이 밝았어요!

-아무리 매서운 한파라도 송년회에 가는 내 발걸음을 막을 순 없지!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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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송년회 날! 며칠 동안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프리랜서의 애환을 털어놓을 수밖에.


프리랜서는 이를테면 1인 사업자다. 그 말은 곧, 혼자서 모든 걸 다 해내야 한다는 얘기다. 힘들 때 뭔가를 의논할 동료, 없다. 배 고플 때 밥 같이 먹을 동료, 역시 없다. 그냥 혼자 떠들고 혼자 먹는다. 덕분에 혼잣말이 늘었다. 처음엔 운전할 때만 혼잣말을 했는데, 지금은 일상에서도 종종 한다. 혼잣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내 주변은 늘 침묵과 정적뿐이니까. 물론 혼자가 싫은 건 아니다. 프리랜서를 선택한 것도 다른 사람 신경 쓸 것 없이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좋아서, 내 맘대로 일하는 게 편해서다.


하지만 아주 가끔, 미치게 외롭고 쓸쓸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바로 친구! 근데, 워낙 내향적이고 곁을 잘 주지 않는 성격(누군가와 친해지는 데 오래 걸린다)이라 주변에 친구가 많질 않다. 맘 맞는 친구 몇 명만 오래도록 사귀는 타입이기도 하고. 그러니 어쩌다 한 번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귀하고 소중할 수밖에. 오늘 송년회가 바로 그런 자리다. 게다가 대학 시절 절친인 친구 4명 중 1명(대기업 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전부 프리랜서다. 만화 그리는 친구, 글 쓰는 친구, 책 편집하는 친구... 업종은 다 달라도 비슷비슷한 분야라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이 친구들이 있어서 나이 드는 것도 별로 두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늘은 영하 13도(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20도임ㅠ.ㅠ)까지 내려가는 최강 한파의 날. 하지만 절친들과 함께하는 송년회를 포기할 순 없다. 내가 몹시 사랑하는 황지우 시인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한 구절(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내 가슴에 쿵쿵거린다/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다 내게 온다)처럼, 지금 내 가슴은 송년회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거세게 쿵쿵거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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