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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웠던 성탄 전야제

by 최혜정

*오늘 제목은 제가 몹시 사랑하는 아이유 님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07

기다리던 송년회는 파란색 하이볼로 시작, 자주색(?) 와인으로 막을 내렸다. 17시부터 24시까지 장장 7시간을 술과 안주로 내달렸더니 집에 돌아올 무렵엔 정신이 몽롱할 지경이었다는... 덕분에 돌아오는 택시 안에선 내내 정신줄을 부여잡느라 힘들었다.ㅠ.ㅠ 50이 가까운 아줌마에게 뭔 일이 생길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달까.


덕분에 기진맥진해진 몸으로 새벽 1시 10분 무렵, 집에 돌아왔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건만 거실은 불빛으로 훤했다. 1년에 기껏해야 2~3번 친구들과 노느라 새벽에 들어오는 마누라를 위해 남편이 밝혀놓은 불. 혹시라도 노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전화도, 문자도, 카톡도 하지 않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그냥 불만 켜놓고 기다리는 남편의 배려가 새삼 고맙다. 방에 들어가니 자다 깬 남편이 "왔어? 재미나게 놀았고?"라고 묻는다. "응, 완전 재밌었어. 엄청 맛난 안주도 먹고, OO이가 사온 타르트도 먹고, 성탄 기분 제대로 냈지", 라고 말하려는데, 남편의 숨소리가 일정하다. 다시 꿈나라로 떠난 모양이다.


23일에 나가서 24일에 들어온 송년회의 날, 크리스마스 이브의 새벽. 잠이 든 남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여보, 메리 크리스마스!"

하이볼과 함께 먹었던 육회와 숙성회 세트. 맛있었지만, 양은 겁나 적었다.




내일부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원고 무덤에 묻히게 될 예정이다. 어떻게든 1월 안에 모든 걸 끝마쳐야 하는 두 개의 프로젝트.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집중력과 몰입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바쁠수록 다른 쪽에 눈을 돌리게 되는 이유는 뭘까? 일 때문에 읽어야 할 자료와 책들이 쌓여 있는데,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김지수, 열림원)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총 16개의 수업 중 6개의 수업을 읽은 상황. 단시간 내에 읽어버리기엔 깊이가 있는 책이라 내용을 찬찬히 되짚어가며 조금씩 아껴읽고 있는데, 읽다 보면 다음 얘기가 궁금해져서 단숨에 읽어버리고 싶단 기분도 든다. 조만간 다 읽고 나면 서평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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