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너에게 배운다!
14
아들의 등교시간은 8시 40분. 내가 아들을 깨우는 시간은 그보다 1시간 전인 7시 40분 전후.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충분할 것 같은 시간이 매번 부족하다. 데려다줄 때 차 안에서 마시는 우유가 아침식사의 전부이니 밥을 챙겨 먹어서도 아니고, 머리 감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 남짓이니 씻는 데 오래 걸려서도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간은 늘 부족하고, 덕분에 매일 지각의 경계선을 오가고 있다.
오늘도 그런 날. 아무리 서둘러도 늦은 시간이라 나도 '에라, 모르겠다' 손을 놔버렸고, 엄마가 독촉하지 않으니 아들도 헤어스타일링에 더 공을 들이는 눈치다. 결국 등교시간이 5분 이상 지난 후에야 차에 탈 수 있었고, 가는 도중 아들의 담임선생님에게 온 전화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어머니, OO가 학교에 갔나요?"
"아뇨, 선생님. 지금 차 타고 가고 있어요. 일찍 깨웠는데도 늦어졌네요. 죄송해요. 빨리 갈게요."
"네, 어머니. 알겠습니다. 부탁드려요."
선생님과 나의 전화통화를 들은 아들의 말.
"엄마가 뭐가 죄송해?"
"응? 뭐, 꼭 죄송해서라기보다 그냥 흔하게 하는 말이지 뭐."
"왜 죄송하지 않은 일에 죄송하다고 사과해?"
따지고 보면 지각은 지각한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돌아오는 일이니, '잘 못한 일'이라거나, '사과해야 할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들은 자기 대신 엄마가 선생님한테 '죄송하다'라고 사과하는 게 싫었던 거겠지. 하지만 나는 아들의 그 말로 내가 얼마나 쉽게 '죄송하다'는 말을 내뱉는지 알게 됐다.
잘못한 일에 사과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동안 나는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서도 그저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혹은 빨리 그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쉽게 '미안해'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발해 왔는지도... 아들의 말에 뒤늦게나마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지닌 무게를 깨닫는다.
'죄송합니다'는 쉽게 말해선 안 되는, 진심을 담아야 하는 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