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우리 차가 사망할 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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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피 유형의 인간이다. 일단 귀찮은 일은 미루고 본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가 할 일을 남편에게 미룬다. 그동안은 요런 방식으로 무탈하게(!) 잘 살아왔는데, 미루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이틀 전 저녁. 아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주차를 하는데, 갑자기 차가 훅 가라앉는 기분. 무슨 일인가 싶어 내려서 살펴보니 차 오른쪽 앞바퀴가 풀썩 주저앉았다. 에구,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타이어 공기압이 낮다고 며칠 전부터 경고등이 켜졌었는데, 그럭저럭 운행할만하길래 그냥 뒀더니 결국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다음날 조심조심 차를 끌고 타이어 전문점에 가려다가, 아무래도 타이어 상태가 영 별로라 가다가 멈출 것 같아 집 근처 공업사로 직진했다. 다급한 목소리로, "사장님, 제 차 앞바퀴 바람이 빠져서 차가 주저앉기 직전이에요"라고 하소연하니, 사장님이 "이렇게 바람이 빠졌을 땐 조금이라도 바람을 채워서 오셔야지, 무작정 끌고 오시면 타이어가 완전히 망가져요" 하시는 거다.
운전한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차량 정비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차알못'이라 그런 건 몰랐는걸요.ㅠ.ㅠ '바람만 넣으면 될 줄 알았는데, 타이어가 완전히 망가진 거면 어떡하지?' 싶어서 "그럼,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는 걸까요?"라고 물으니, 사장님이 웃으시며 "일단 운전을 하시면 차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하셔야 돼요. 여기 차 트렁크 왼쪽에 보시면, 임시로 타이어에 바람을 채울 수 있는 기기가 탑재돼 있어요. 이걸 꺼내서 차 보닛을 연 후 배터리랑 연결해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시면 돼요. 다음번엔 이렇게 하신 후에 공업사에 오세요" 이렇게 차근차근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러고 난 후에는 타이어 네 개에 모두 공기를 주입해 주시고, 문제가 된 오른쪽 앞바퀴의 펑크 난 부분을 메워주시고, 뒷바퀴랑 자리 교환까지 해주셨다. 오, 나의 구세주! 나는 진심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장님 덕분에 차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차도 잘 고쳤네요. 감사해요, 정말" 이렇게 인사를 한 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비용(현금 10,000원)을 치르고 요가수업에 갔다. 차를 못 고쳤음 요가수업도 못 갔을 텐데, 다 친절한 사장님 덕분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날 오후에는 피부과 시술(비립종이 얼굴에 많이 올라와서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을 받아 차마 대중교통을 탈 수가 없다며 황급히 픽업을 요청한 남편을 데리러 남편 회사 근처까지 다녀왔다. 차에 문제가 없었다면 남편이 아침에 차를 몰고 갔을 텐데, 내가 '나중에 하지, 뭐' 하고 미루고 미루다 문제가 터진 상황이라 귀찮다고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차 문제에 한한 한 미루지 말고 제때 해결해야 될 모양이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지? 카니발을 간신히 살려놓으니 이번엔 모닝이 배터리가 나가서 시동이 안 걸리네. 내일은 긴급출동에 전화를 해야 할까 보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