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오롯하다

-오롯한 사람이 되고 싶다!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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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면 늘, 이미 써놓은 글을 몇 번이고 입으로 되뇌며 이상한 구석이 없는지 살핀다.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고 최소 2번은 읽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의미와 형식은 분리되지 않는다. 둘은 '하나'이며 '함께'이다. 글의 의미 못지않게 운율은 중요하다, 적어도 내게는.



'오롯이'는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게'라는 뜻의 부사고, '오롯하다'는 같은 뜻의 동사다. '오롯이'와 '오롯하다'는 의미도 운율도 그 자체로 온전하다. 이응과 리을은 혀의 움직임과 발음이 부드럽고 온화해서 마음까지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다. '결함이 없이 완전하다'는 뜻의 '완벽하다'와는 결이 다르달까. '완벽하다'가 너무 매끈해서 미끄러질 것 같은, 뭔가 나로선 가 닿을 수 없는 어떤 경지를 나타내는 느낌이라면, '오롯하다'는 그냥 다른 것과 견줄 필요 없이 나 자체로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동사형 '하다'를 빼고 '이'를 붙인 '오롯이'는 더 훌륭하다. 꾸밈말이지만 독자적으로 쓰일 수 있는 부사라서 더 그렇다.


좋아하는 단어는 글을 쓸 때 더 즐겨 사용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이 단어를 사용할 곳을 찾고 있달까. 그건 어쩌면 나의 의식과 나의 행위를 일치시키고 싶은 욕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롯이'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내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내 생각엔 늘 부족하고 모자란 '나'라는 사람이, 언젠가는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게, 나 스스로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


게다가 '온전하다'는 건 '완전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온'은 '완'보다 따뜻하다. '부족해도, 모자라도 괜찮아. 네 옆엔 내가 있잖아'라고 달래주고 위로해 주는 느낌이다.




따지고 보면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인정하는 데만도 30년 넘는 세월이 걸렸으니, 내가 나를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다고 생각할 날은 죽기 전엔 안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는'이라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해진다. 그때까진 '오롯이'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지.


열심히 글을 쓰고 또 여러 번 그 글을 눈으로 입으로 읽으며 글도 나도 오롯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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