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하나가 아니다!
23
나는 겁이 많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꺼린다. 이유는 단순하다. 두려우니까.
그래서 나는 늘 익숙한 것만 찾고 낯선 것을 멀리한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예 새로운 곳에 갈 땐 '내비 언니' 말을 따라 가지만, 자주 다니는 곳은 늘 똑같은 루트로만 간다. '오늘은 이 길로 가볼까?', 이런 생각 따윈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래전(한 10년 전쯤) 소설가 김영하 님을 인터뷰했을 때 그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소설가는 이야기꾼이다. 소설가는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 오늘과 내일이 똑같다면 재미없지 않겠냐",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깨달았다, 내가 왜 소설을 쓰지 못하는지. 그리고 나는 일탈 따윈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 생각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오늘 불현듯 그때가 떠올라 요가 수업을 마치고 세탁물을 찾으러 가는 길의 루트를 조금 바꿔봤다. 참, 별것 아닌 일인데, 왠지 나 자신이 기특해졌다. 생각을 즉시 실행에 옮기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아서 그런 거겠지.
길은 하나가 아니다. 조금 방법을 달리 해도 목적지에만 도착하면 된다. 느리게 가도 되고 우회해서 가도 된다. 늘 가던 길이 정답이라는 착각에서 한 발짝 벗어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후련하다. 때론 다른 길로 가보는 것도 즐겁다는 걸 이제야 비로소 깨달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