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하다

-6월의 안부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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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내내 안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두 개 프로젝트가 거의 동시에 끝났거든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그토록 바랐던 평범한 일상이 다시 되돌아왔는데, 왜 한편 후련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허탈한 걸까요?


최근 저의 일상은 '안온하다'라는 단어 뜻 그대로입니다. '조용하고 편안하다'라는 의미에 걸맞은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날씨마저 '안온하다'의 또 다른 뜻인 '날씨가 바람이 없고 따뜻하다'에 부합하네요. 5월은 결혼기념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남편과의 여행, 시누이 님의 생신 등 유독 행사가 많은 달이라 정신없이 바쁠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달리 고요하고 평온하게 지나가게 돼 오히려 의아했달까요. 어쩌면 일이 일상 깊숙이 침투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한 달을 보내고 난 이후라 이 안온함이 더 적응이 안 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무 일 없이 한 달여를 보내고 나니 불안함이 다시 밀려오기 시작하더군요. 6개월 넘게 계속해 온 일들이 끝나면 후련하다 생각하고 푹 쉬는 게 일반적일 텐데, 저는 이후에 할 일이 정해지지 않으면 내내 불안해하는 타입이거든요. 일과 나의 존재가치를 연결해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런 습관은 이전보다 자존감이 높아진 지금도 사라지질 않네요. 이래서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단 말이 있나 봐요.




그나마 다행인 건 열심히 일상의 루틴을 따라가다 보니 제 마음을 잠식하던 불안과 걱정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는 겁니다. 새로운 일도 시작하게 됐고요. 7개월짜리 장기 프로젝트와 일회성 취재 2건을 진행하게 됐거든요. 덕분에 다음 주부터는 조금씩 바빠질 듯합니다.


사실 저는 일이 없을 땐 노트북이 아예 OFF 상태예요. 질릴 정도로 일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바닥까지 떨어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 이르거든요. 저 자신이 OFF가 되니 노트북도 ON이 될 리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그동안 브런치에도 글 한 편 올리지 못했네요.ㅠ.ㅠ 게으름뱅이 작가라 그러려니,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이 필요했겠거니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벌써 여름의 초입인 6월입니다. 부디 다들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 맞이하시길요. 저도 게으름을 떨쳐내고 좀 더 힘내 보겠습니다.


KakaoTalk_20230602_163729774_05.jpg 쉬는 동안 남편과 워케이션 프로그램으로 예산에 다녀왔어요. 예산의 명물이라는 출렁다리에서 펼쳐지는 분수쇼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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