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쩌면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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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툰 사람입니다. 뭐든 '처음이라서', 혹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성향이 그런 사람이에요. 사실 그동안은 서툴다는 걸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어서, 뭐든 해본 척, 능숙한 척하느라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스로 서툴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이토록 편한 것을, 굳이 부인하느라 애쓴 셈이죠.
'서툴다'는 '서투르다'의 준말입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서투르다'는 첫째, 일 따위에 익숙하지 못하여 다루기에 설다, 둘째, 전에 만난 적이 없어 어색하다, 셋째, (주로 '서투르게'로 쓰여) 앞뒤를 재어 보는 세심함이 없이 섣부르다, 넷째,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 이렇게 네 가지 의미로 쓰인다네요. 저는 이 중 네 가지에 모두 해당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들어맞는 건 네 번째인 것 같네요. 낯선 걸 두려워하고 변화를 꺼리는 성향이 자연스럽게 서툰 쪽으로 옮겨가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선 언제나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티를 내고 말거든요. '담대하거나 대범한' 것과는 정반대의 성향인 셈이죠.
사실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처음'이거나 '초보'일 땐 서툴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느 정도는 상대방도 양해를 해주니까요. 문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 일어납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요. 유독 관계에 서툴고 누군가와 친밀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상대의 생각과 제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를테면 상대는 저와 '친하다'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상대를 그저 '아는 사람' 정도로 치부한다거나, 혹은 조금 익숙해지긴 했어도 '친하다'고까지 여기진 않는다거나... 이런 경우 제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를 서운하게 하거나 섭섭하게 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어떤 관계에서든 두 사람의 감정이 완전히 똑같을 순 없겠죠. 하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 저는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느리고 서툰 탓에요. 그래서 젊은 시절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받기도 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느리고 서툰 자신을 탓하고 원망하면서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이제는 '서툰' 나 자신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인정하게 됐습니다. 서툴고 요령이 없어서 속내를 털어놓지도, 생각이나 마음을 잘 전하지도 못하지만, 이런 나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여전히, 어쩌면 앞으로도 저는 내내 서툴 듯합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서툰 나'도 '부족한 나'도 '나'임엔 틀림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