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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지 못해서

-정작 써야 할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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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솔직함'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솔직하다는 건 대체 뭘까요? 내 상황과 내 생각을 100% 오픈하면 솔직한 걸까요? 나의 솔직함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무리 여러 번 생각하고 또 재고해 봐도 답이 나오질 않아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날들이 많아집니다.


솔직해진다는 건 자신의 상처와 직면한다는 뜻입니다. 부끄럽지만 나의 부족함을 만천하에 드러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아직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글을 쓰면서 울게 될 날이 두렵고, 상처가 됐던 상황을 다시 들여다보는 게 무섭습니다. 간신히 회피하고 묻어뒀던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를 주저하게 합니다.




얼마 전 악몽을 꾸었습니다. 밤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는데, 창문 너머로 무서운 눈매의 귀신이 저를 쏘아보더군요. 처음엔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했는데, 나중엔 귀신과 눈이 마주쳐 소리를 지르다 잠에서 깼습니다. 옆에서 자던 남편이 놀라 저를 깨우더군요. 식은땀이 났습니다. 무서운 꿈을 꾼 적은 있어도 소리를 지르며 깨어난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꿈은 무의식의 표현이라죠? 대체 지금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이 제일 편안하고 좋은 시간,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언가 제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직면하기 두려워 미뤄뒀던 글을 쓰게 되면 이런 증상이 사라지게 될까요?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저는 여전히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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