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어' 병에서 탈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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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병에 걸린 거죠. 마침 다리도 아프겠다, 이를 핑계 삼아 침대와 물아일체가 된 채 지내다 보니 이것도 하루이틀이지,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 매일 한 가지씩 착한 일을 하면 담임 선생님이 '참 잘했습니다' 도장을 찍어주던 1일 1선을 집안일에 적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일 1집안일 정도면 그래도 할 만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사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병이 그리 만만한 병은 아니라서 실천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다행히 어제오늘 계획했던 1일 1집안일을 실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어제는 부부욕실의 배수구 청소와 빨래, 안방과 거실 청소, 저녁밥과 설거지 등을 했고요, 오늘은 거실 에어컨 AS 신청과 장보기, 저녁밥하기, 설거지 등을 클리어했습니다.
이렇게 1일 1집안일을 실행해 보니 정말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하는 집안일을 머릿속에 새겨 두었다가 실천하는 방법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게으름뱅이에게 딱 적당한 방법이란 생각도 들고요.
어제는 욕실 배수구 청소를 하다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샤워할 때마다 머리카락을 비롯한 불순물들을 바로바로 제거하는 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불순물은 쌓이고 쌓여 배수구를 막고 물이 잘 내려가지 못하게 방해하는구나.' 쌓여서 더럽고 끈적거리는 불순물들을 손으로 긁어내 휴지통에 버리면서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내 머릿속에 쌓인 안 좋은 기억들과 상처들도 어느 순간 긁어내 버리지 않으면, 내 생각의 통로를 막아 나 자신을 잠식할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자기 암시로 부정적 자아를 회피하고 묻어두는 건 안 좋은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또 그런 방법밖에 몰랐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은 하지만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으니, 이제라도 숨겨 두었던 부정적 자아를 끄집어내고 머릿속 불순물들을 깨끗이 닦아내는 노력을 해야 할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