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반깁스에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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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드디어 반깁스에서 탈출한 저는 남편과 시어머니와 함께 외출을 감행했습니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바로 그 음식, 냉면을 먹기 위해서요. 네이버에서 '인천 냉면 맛집'을 검색해 신중하게 점심 먹을 곳을 선정한 저는, 1999년 처음 가게를 열었다는 인천의 유명 냉면 맛집 '사리원냉면'으로 향했습니다.
청라신도시에 위치한 '사리원냉면'에 도착해 보니 아직 1시 전이라 그런가, 웨이팅 인원이 제 앞으로 2팀이나 있더군요.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배가 잔뜩 고픈 채로 온 터라 기다리는 게 짜증스러웠지만, 다행히 곧 자리가 났습니다. 자리에 앉은 저희는 물냉면 1개, 국산홍어회냉면 2개, 표고버섯 왕만두 1개를 시켰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은 테이블이 많아 우리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ㅠ.ㅠ
먼저 나온 건 표고버섯 왕만두였습니다. 왕만두라는 이름에 걸맞게 만두 크기는 꽤나 컸지만, 개수는 꼴랑 5개더군요. 하지만 맛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만두피가 얇고 만두소가 꽉 채워져 있는 데다 버섯향이 은은하게 혀끝에 맴돌아 입맛을 당겼거든요. 식감도 좋았고요. 물론 만두 하나에 2,000원 꼴이라 가성비가 좋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지만,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만두라 '괜히 시켰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법했습니다.
그다음으론 물냉면과 국산홍어회냉면이 나왔는데요, 시어머니의 초이스인 물냉면도 맛있었지만 남편과 제가 선택한 국산홍어회냉면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가오리회가 아닌 국산홍어회를 올린 냉면은 시원한 오이, 새콤달콤한 무절임과 합이 좋았고, 매콤한 비빔장 역시 쫄깃한 고구마 전분 냉면과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훌륭했던 건 면의 쫄깃함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준 시원한 각얼음 두 개였어요. 더 시원하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 준 '킥'이었달까요. 좀처럼 '맛있다'는 소릴 안 하는 남편에게 오랜만에 칭찬도 들었답니다.^^ 단, 자주 먹으러 가기엔 가격이 좀 사악해요. 물냉면이 12,000원, 국산홍어회냉면이 17,000원이니까요.
그래도 냉면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괜찮은 맛집이니, 혹시 인천에 오실 일이 있다면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냉면을 먹고 난 다음에는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어요. 저는 유자민트티를 마셨는데,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줘서 아주 좋았답니다. 하지만 오랜만의 먹부림 외출이 정서적으론 좋았지만 다리에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나 봐요. 깁스를 했던 왼쪽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집에 돌아온 후에는 완전히 뻗고 말았네요.ㅠ.ㅠ
아,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자리를 옮기다가 그만, 지갑을 잃어버릴 뻔했어요. 예전 자리에 놓아둔 채 잊어버리고 한참을 있다가, 나중에 생각나서 가보니 다행히 그대로 있더라고요. 현금도 카드도 잃어버린 것 하나 없었고요. 역시 수준 높은 스타벅스 고객님들,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