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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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에 30도를 넘어서는 더위라니... 기후 변화의 영향을 몸으로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이런 더운 날, 불 앞에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든다면 짜증은 배가 되겠지요? 이런 이유로 요즘 다리가 아프다는 걸 핑계 삼아 주부 사표를 낸 저는 철저하게 외식과 배달 음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가끔 그마저도 질리면 즉석밥(주로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고요. 어머니들이 해다 주신 오이소박이, 오이지, 열무김치에 계란프라이와 김을 함께 곁들이면 그럭저럭 한 끼가 해결되니까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즉석밥보다는 좋은 쌀을 사서 압력솥에 밥을 지어먹는 걸 즐겼어요. 윤기가 잘잘 흐르는 쫀득한 백미밥을 가족들과 함께 먹으면, 주부로서 뭔가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죠. 근데, 몸이 아프고 날도 더우니 모든 게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즉석밥을 잔뜩 주문해 쌓아 두었답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곤약밥도 쟁여 놓았고요.
(*이것저것 먹어본 결과 즉석밥은 역시 '햇반'이 맛있습니다! 그리고 곤약밥은 그로서리서울 제품이 맛있어요. 특히 가성비 좋은 '잘 지은 곤약 현미밥'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CJ나 그로서리서울과는 1도 상관없고 늘 '내돈내산'하는 1인입니다. )
그러고 나니 너무 편하고 좋은 거예요. 전자레인지에 2분이면 갓 지은 밥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달까요? 게다가 라이프 사이클이 저와는 극과 극인 고3 아들내미도 엄마 손을 빌리지 않고 알아서 밥을 챙겨 먹을 수 있으니 걱정할 게 없고요. 그래선지 자연스레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주부라면 이래야 하지 않을까? 엄마라면 이 정도는 하는 게 당연해,라는 편견을 버리니 이렇게 편하고 행복하구나'라는 생각요.
가끔은 뭔가를 '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벗어나,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혹은 '나 편한 대로' 사는 게 정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