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에서 커지는 삼남매의 협업역량
일요일 점심 메뉴는 카레로 정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간고기, 양파, 당근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감자였다.
손에 잡히는 감자마다 물러서,
아빠표 카레는 감자 빠진 반쪽짜리가 될 뻔했다.
그때, 아내가 말했다.
“잠깐 기다려요.”
그리고 어디선가 껍질도 안 벗긴 완두콩 자루를 들고 왔다.
어디 숨겨놨는지 시장에서 사 왔나 보다.
콩을 본 삼남매의 눈빛이 반짝였다.
콩을 먹는 건 시큰둥해도 까는 건 신나는 모양이다.
“엄마랑 대결하자!”
부엌은 순식간에 완두콩 올림픽으로 변했다.
엄마팀 vs 삼남매팀.
룰은 간단하다.
누가 더 빠르고 깨끗하게, 많이 까나.
작전 회의도 번개처럼.
첫째, 둘째는 껍질 까기 담당, 막내는 콩 줍기 담당
이쯤 되면 거의 프로팀이다.
결과는?
삼남매팀 승리!
차이는 고작 2.8그램.
엄마는 억울하다며 웃었고,
아이들은 부엌 한가득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 덕에 감자 대신 완두콩이 듬뿍 들어간 카레가 완성됐다.
콩을 까며 깔깔 웃고, 서로 역할 나눠 돕는 소리를 들으니
우리 집에도 작은 협업의 싹이 자라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놀이에서부터 함께 힘을 모으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힘은 먼 훗날, 혼자서는 못 풀 문제들을 함께 풀어내는 멋진 무기가 될 거다.
이제는 똑똑한 사람보다 함께 똑똑해지는 따뜻한 사람이 더 환영받는 시대다.
오늘 카레엔 고기, 양파, 당근… 그리고 협업 한 스푼을 살짝 넣었다.
부엌이 괜히 더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