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나를 찾는 여행에서 만나는 자존감 2편

by 담연 이주원

자존감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쟤는 왜 모든 일을 사사건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지...”

“너는 왜 말할 때 마다 주눅이 들어서 말하니? 그러니깐 친구가 없지”

“너는 왜 뭐든지 못한다고 말하고 능력이 안 된다고 말하니?”

“힘들면 금방 포기하는 니 모습에 지쳤다. 도대체 뭐가 문제니?”

“말도 안하고 고집불통인 너한테 지친다 지쳐.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는 없는 거니?”


위 질문에 우리는 낙관성, 사회기술, 자신감, 역경을 이기는 힘, 도전능력, 이타성 등이 부족해서라고 각각 답할 수 있다. 또한 각 질문에 “자존감이 낮아서 그래.”라고 한 문장으로 대답할 수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낙관성이 뭔데?’, ‘사회기술은 뭔데?’, ‘자신감은 뭔데?’ 등은 그럭저럭 설명이 가능한 것 같은데. ‘자존감이 뭔데?’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자존감’이라는 영역에는 어떤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자존감을 구성하는 하위개념들을 다양한 관점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행동과 기대를 할 수 있다는 신념(Albert Bandura 1977년)을 설명하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으로 자존감을 이해할 수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성공에 대한 기대와 확신도 높기 때문에 이러한 효능감을 바탕으로 의지력을 발휘하며 노력하게 된다. 반대인 경우에는 “내가 노력한다고 될까? 항상 난 실패했는데.”라는 말을 떠올리며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럴 듯 해 보이지만 반대적인 입장도 있다. 반대 입장 역시 그럴 듯하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서 성취감을 느끼고 성공을 하였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아진다(Martin Seligman).” 자존감은 결과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충분히 공감되는 주장이다. 그런데 혹시 당신 주변에는 성공했는데 극도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없는가? 나는 상담을 하면서 종종 만나게 된다. 자존감이 낮은데도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이처럼 자존감은 '알쏭달쏭, 아리까리, 애매모호'해서 복잡하고 난해하다. 자존감은 단편적인 한 부분만을 보아서는 설명이 안 되는 것 같다.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 안에서 자고 있는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면서 이거는 분명 코뿔소 다리일 거야’라고 생각하는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자존감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자존감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간단히 살펴보자.

미국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는(1890년) 자존감은 자신이 선택한 일을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높거나 낮아진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회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선택하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성과를 가지고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하다.

로젠버그가 말한 자기개념으로 이해해보면 자신의 능력, 태도, 느낌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자존감이다. 흥미로운 것은 자존감 검사를 통해 평가한 것과 실제 삶에서 발휘되는 진정한 자존감은 다를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관계에서 생겨나는 현상이 자존감이다(George Herbert Mead, 1934년). 맞는 말이지만 무조건적인 자존감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주장은 자존심의 개념과 혼동되기 쉽다. 즉, 자존감은 관계를 제외하고 오롯이 홀로 개념화되고 형성될 수 있지만 자존심은 혼자서 개념화할 수 없다. 관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거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으니깐.

자기결정이론의 대가인 Edward Deci와 Richard Ryan은 진정한 자존감이란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많이 자주적인 결정을 내리느냐에 기초한다고 주장한다. 높은 자존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율성 보장이 필수불가결한 충족요건이다. 자기스스로 결정하여 경험하는 일들 없이 어떻게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형성할 수 있겠는가?

Markus & Wurf 는 ‘일원론적으로 자존감을 보지마라!’ 각자가 처한 상황과 내적동기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변화무쌍한 현대사회에서 자존감도 변화무쌍한 모습인 것 같다. 가장 통합적인 관점으로 자존감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다원론적인 관점으로 자존감을 이해하는 것은 자존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해결책을 찾을 때 우리에게 너무 큰 수고로움을 요구한다.

Richard Bednar와 Scott Peterson은 자존감의 핵심은 오롯이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정말 성취지향적이고 진취적이며 희망적인 관점이다. 본인이 노력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니.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자존감이 낮으면 오롯이 본인 책임이다. 만약 자존감이 낮은 내담자에게 상담자가 자존감은 너 자신의 노력에 따라 자존감이 결정된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물론, 자존감이 어느 정도 높고 내적 자원이 있는 내담자는 그 책임을 기꺼이 받아 안고 자존감을 더 강화시키겠지만 자존감이 낮은 내담자는 집으로 돌아가서 “그래 내 책임이야!”, “그래 내가 문제였어!”라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심리치료가들은 자존감을 감정의 하나로 바라보고 “어떻게 내담자의 기분이 나아질까?”에 관심이 많다. 또한 인간이라는 존재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잠재력과 장점을 찾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도록 도움을 주기보다는 ‘실재 존재하는 자신이 가치롭다.’라고 인식시키려 노력하는 치료가들도 많다. 그런데 건강한 성인이 아닌 사람들이나 아이들에게는 참 어려운 말인 것 같다. 또한, 존재의미를 찾는 과정은 자신의 강점을 찾고, 현실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성과를 확인하고, 외부평가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등 등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지 자신의 존재의미를 진정으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으니 자존감이 낮아서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관점이다.

Roll May(1983)는 내적 자존감이 외적 자존감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용기와 잠재력을 깨닫는 진정한 자아 찾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아니야 나는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정도면 자존감이 원래 높은 사람이지 않을까? 물론 나도 상담에서 외적 자존감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May의 관점으로 상담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잦다. 자존감이 낮은 내담자가... (그때 내담자는 나의 눈을 바라보면서) “노력은 해보겠는데 저는 그렇게 강한아이가 아니예요. 그리고 억지로 나의 부족한 능력, 대인관계, 못난 외모, 불성실한 태도를 미화하려고 하지 마세요. 충분히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어요. 선생님이 그럴수록 더 힘들단 말이예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런 감정이 느껴질 때 나는 천천히 천천히 자존감은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혼자서 가는 외로운 자존감 여행이 아니라 친구와 가족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천천히 천천히라고 나를 다독이며 내담자가 걷는 마음의 길에 나의 마음을 맞추려 노력한다.

Wayne Dyer은 비교의 덫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존감을 평가하는 데에 중요한 지표는 외적인 평가가 아니라 삶의 만족도라고 주장한다. 경쟁이 난무하는 현대활극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비교를 하더라도 적당히 하도록 하자. 되도록이면 위를 보지 말고 가끔 아래를 보면서 말이다. 물론 자신의 아래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이 위를 보아야 하겠지만... 아래를 보면 무조건 감사한 마음과 잠시라도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제일 못난 꼴지는 아닐테니깐... 그리고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비교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결국 자존감은 남들이 만들어 주거나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개념화해야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집중해서 현재의 나를 개념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보다 나아진 현재의 나, 자존감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과거의 성공적인 경험,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는 미래의 나(자존감이 아주 낮거나, 외향성이 강해서 외부의 평가에 민감한 경우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를 그려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존감의 여러 주장을 살펴보면 자존감은 성공/긍정적 관계/용기/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학업적 영역/사회적 영역/신체적 영역/관계적 영역에서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자존감은 자기의 일부분을 설명하는 작은 개념이 아니라 자기가 겪는 현상과 자기 생각, 정서, 행동들의 집합체이고 살아가면서 겪는 일련의 사건들의 결과에 따른 집합체이다. 워낙 큰 개념이다 보니 애매모호하고 여기 붙여도 말이 되고 저기 붙여도 말이 되는 것이 자존감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스트레스라는 단어처럼...



총 6편으로 이루어진 자존감 시리즈입니다. 아래를 클릭해서 전편을 읽으면 도움이 된답니다.

"나를 찾는 여행에서 만나는 자존감 1편"

https://brunch.co.kr/@tnlfl20/16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만나는 평생의 동반자 자존감"

이어지는 3편에서 자존감 여행을 함께 떠나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