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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우리 집에 미치는 영향

추석을 앞두고 독감 바이러스가 우리 집을 점령했다

by 담연 이주원

얼마 전 남매둥이 정기예방접종을 하면서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추석 지나고 아이들 독감 예방주사 맞으러 오세요.”

그런데 하필 추석을 앞둔 전주에 우리 집은 독감 바이러스에 점령당했다.
셋이 동시에 앓기 시작하니, 집안은 순식간에 작은 병동이 됐다.

막내는 추석을 앞두고 유치원에서 재미있는 수업을 한다며 울먹인다.


아내는 출근하고 나는 회사 일을 잠시 내려놓고 돌봄 모드에 돌입했다.

열 재고, 약 타고, 식사 준비를 하고, 칭얼대는 남매둥이 안아주고
아이들이 아프니 힘들면서도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 집에는 독감바이러스 말과 서로에게 전염되는 다른 바이러스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부모의 말투, 행동, 습관 바이러스는 아이들에게 금세 전해진다.
아빠가 퇴근 후 늘 휴대폰부터 찾으면, 아이도 비슷한 습관을 들인다.
엄마가 힘들 때 “아휴” 한숨을 쉬면, 아이들도 그대로 따라 한다.
마치 집안의 공기처럼 퍼져서, 우리 가족의 작은 문화유산이 된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면 지금처럼 삼남매가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독감 예방주사는 아프기 전에 미리 항체를 만들게 한다.

아이들도 세상에 나가기 전에, 가정과 학교에서 삶을 견디는 힘을 미리 배운다.
부모의 말투 하나, 작은 습관 하나가 아이들에게 예방주사처럼 작용한다.

물론 완벽한 백신은 없다.

아이들도 아프듯, 실수도 하고, 좌절도 겪는다.
하지만 예방주사가 있으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그 회복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와 학교의 몫 아닐까.

독감이 물러가고 예방주사를 언제 맞아야 하나 항체가 생긴 건가 고민하는 동안에

다른 방에서 아이들은 서로에게 말한다.
“채린아 많이 아파.”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이런 말이 지금 우리 집에서 가장 잘 퍼져야 할 바이러스다.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바이러스


밤새도록 40도를 오르내린 막내 채린이 결국 수액치료 그리고 막내를 돌보는 독감걸린 오빠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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