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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원 Oct 29. 2020

시간은행(Time Bank)

2005년 쯤 나를 잘 따르던 A내담자와 있었던 짧은 일화이다. A는 7살에 조기유학을 가서 4학년 때 돌아온 케이스였는데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상담센터를 찾아왔다. 자신감이 낮았고 무엇보다도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했다. 다행스럽게도 1년 남짓 상담을 받으면서 학교에 잘 적응했고 이전처럼 밝은 모습을 찾았다. 2005년 어느 날 A와 학교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시간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한다. A도 역시 시간에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좋은 공부습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시기이다. 그리고 이때 학습태도뿐만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는 훈련이 습관으로 자리 잡혀야 한다. 그래야 자기 관리 역량에 중요한 메타인지가 발달하여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된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훈련에 가장 기본이 시간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A와 상담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머릿속에는 ‘쉽게 시간의 중요성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질문이 가득했다. 그때 은행을 지나갔고 그 순간 ‘아! 이거다’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간은행(Time-Bank), 은행과 시간을 관련지어 시간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되겠구나!’ 이렇게 만들어진 타임뱅크 기법은 상담과 프로그램에서 꽤 효과적이었다. 그러면 이렇게 만들어진 타임뱅크 전략을 알아보도록 하자.  

   


 Time is Gold 시간 = 금

 Gold is Money 금 = 돈     


시간의 중요성을 말할 때 우리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서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정해진 시간 속에서 더 중요하고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덜 중요하고 생산적이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미루게 된다. 그러나 인생은 예측할 수 없기에 뭐가 더 중요하고 생산적인 일인지 결정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고 평가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이 내게 의미 있고 미래를 준비하고 목표(성공)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일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등등 나를 돌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타임뱅크는 나를 되돌아보고 시간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좋은 도구이다.

시간은행과 은행 비교

은행에서 우리는 저축을 하거나 대출을 한다. 저축을 해놓았다가 필요할 때 출금을 해서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 대출금은 정해진 시한이 지나면 갚아야 한다. 갚지 못할 시에는 이에 따른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시간은행도 은행과 유사한 점과 차이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 여기서 시간은행을 이해할 때 몇 가지 차이점과 가정 및 전제를 알아야 한다.     

은행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저축을 해야 하지만 시간은행은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는 순간과 동시에 24시간을 입금해준다. 그리고 24시간이 지난 다음날 입금된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다. 즉,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시간은행에 저축되는 돈은 내가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은행 이자는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를 지급한다. 하지만 시간은행은 원금+이자가 합쳐진 금액에 이자가 붙는 복리식이다. 하루 동안 노력한 행동은 작을 수 있지만 일주일, 한 달, 1년, 10년이 되면 엄청나게 불어나는 것이 은행과 다른 시간은행의 특성이다.

은행에는 없지만 시간은행에는 있는 항목이 있다. 사라진 시간과 고정시간이다. 고정시간은 사람은 로봇처럼 쉬지 않고 일할 수 없다. 살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시간들이 있다. 수면시간, 식사시간, 휴식시간, 배출시간(먹으면 배출해야죠^^), 적절한 여가활동, 이동시간 등이 있다. 사라진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려 보낸 시간이다. 필요이상의 고정시간, 계획이 변경되어 가치없게 보낸 시간, 멍하게 보낸 시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라진 시간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어느 정도는 필요한 부분이다. 쉬지 않고 가치있게 시간을 보낸다면 일중독자와 같다. 그래서 일정정도의 사라진 시간과 고정시간은 유인가가 마이너스가 아니라 0이다. 하지만 고정시간과 사라진 시간을 과도하게 흘려 보내서 해야 할일을 하지 못하거나 여유로운 휴식으로 느끼지 못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면 이는 빚진 시간이 되어서 시간은행 통장에 (-)가 기록되게 된다.


- 시간은행과 은행의 유사점은

주어진 시간에 내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행동을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내게 이득이 된다. 학생이 공부를 했다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거나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연봉을 더 받을 수 있거나 인생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올 것이다. 은행에 저축을 통해 내 재산이 늘어나는 것과 유사한 일이다.

주어진 시간에 나쁜 행동(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부정적인 행동)들로 시간을 보낸다면 어떤 형태로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행동에 책임져야만 한다. 학생이 지각과 결석을 자주 하고 수업시간에 딴짓을 지속한다면 낮은 시험 점수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해서 부모님에게 야단을 듣게 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진학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직장인이라면 동료나 상급자와 갈등이 심해지거나 해야 할 일을 못해서 다양한 문제(금전적 손실, 진급 누락, 해고 등)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주어진 시간을 잘못 보내서 일어나는 결과를 어떤 형태로든 갚아야 한다. 범죄나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시간을 보내면 죗값을 치러야 될 수도 있다. 은행에 대출을 받고 대출금을 책임져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시간은행을 이해했다면 우리는 시간을 수치화해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행동목록표를 작성하고 168시간표를 작성해보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작업이 끝나면 내가 현재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시간을 사용해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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