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비치 / 죽도해변 / 리버티 스케이트 보울 파크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멋지게 타고 넘는 순간을 기대한 건 아니다. 그저 밀려오는 파도에 잠시 올라타는 정도로도 만족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소싯적에 운동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한데, 웬걸. 이거 만만치가 않다. 나아가고, 빠지고, 밀려왔다 다시 나아가기를 무한 반복하는 사이 슬슬 오기가 생긴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이곳은 동해를 품은 강원도 양양이다.
프라이빗 해변에서 만끽하는 서핑의 짜릿함
서퍼들에게 강원도 양양은 부산 송정, 제주 중문과 함께 서핑의 성지로 불린다. 그 중심이 하조대 해변에 자리한 서피비치다. 40여 년간 군사지역으로 지정돼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던 이곳은 2015년에 서핑 전용 해변으로 다시 태어나며 연간 50여만 명이 찾는 양양, 아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변으로 자리 잡았다.
온몸을 통으로 감싼 웨트슈트를 입고 어른 키보다 큰 보드를 챙겨 해변으로 나선다. 당장에라도 바다에 뛰어들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서핑은 고무튜브에 의지해 유유자적 파도를 타는 물놀이와는 다르다. 서핑을 안전하게 즐기려면 강습은 필수. 서피비치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문 강사진을 갖춘 ‘서프 스쿨’을 운영한다. 초보자부터 중상급자까지 수준별 맞춤 강습을 진행해 초보자도 쉽게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한 입문 강습은 이론 강습 30분, 수중 강습 1시간, 자율 서핑 1시간 30분으로 꾸며진다. 강습비는 계절에 따라 4~6만원. 웨트수트 대여 비용(1~2만원)은 별도다. 강습 예약은 홈페이지(www.surfyy.com)에서 가능하며, 강습 경험 2회 이상인 사람에 한해 보드를 대여해 준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 모래밭에서 진행하는 강습의 대부분이 ‘테이크 오프(Take-off)’에 대한 내용이다. 서핑의 기본 동작인 테이크 오프는 비행기가 날아오르듯 보드를 이용해 파도에 올라타는 기술. 활주로를 내달리는 비행기처럼 저어가다(패들링) 상체를 들어(푸시 업) 몸을 일으키면(스탠드 업) 테이크 오프 성공이다. 푸시 업과 스탠드 업은 한 동작처럼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어깨너비로 벌린 뒷발은 보드의 중심축과 90도, 앞발은 45도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일어설 때 무릎을 살짝 구부려 충격을 줄이면 중심 잡기가 한결 수월하다. 오른발잡이는 오른발을, 왼발잡이는 왼발을 뒤쪽에 두면 된다.
마침내 입수!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연한 얘기지만 초보자는 파도타기에 앞서 물 위에서 중심 잡는 법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평평한 모래밭과 쉴 새 없이 출렁이는 바다는 말 그대로 천지차이. 모두가 알다시피 이건 머리로 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머리로 아무리 패들링이며, 푸시 업이며, 스탠드 업을 되뇌어도 몸이 감각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씀. 방법은 하나다. 바다에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빠져보는 것. 온몸에 각인된 실패의 기억보다 훌륭한 강사는 없다.
콧속이 얼얼한 정도로 바닷물을 들이킨 뒤에야 비로소 몸이 반응한다. 낯설게 느껴지던 것들이 하나도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그 순간, 몸이 스스로 균형을 잡아낸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보드 위에 섰고, 얼떨결에 파도를 탔다. 아주 짧게. 그때의 기분은? 글쎄.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처음 성공했을 때와 비슷했던 것 같다. 어리둥절하면서도 뭔가 해낸 듯 으쓱해지는 기분. 자율 서핑을 위해 주어진 1시간 30분 동안 테이크 오프에 성공한 건 손에 꼽을 정도지만, 여전히 한 번의 데이크 오프을 위해 열 번, 아니 그 이상 바닷물에 빠져야 하지만, 물에 빠지는 게 더 이상 두렵지 않은 걸 보면 그새 서핑의 재미에 푹 빠져버린 모양이다.
서피비치에서는 서핑 뿐 아니라 서프요가, 패들보드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오전오후 한 차례씩 진행하는 서프요가는 1인 3만원, 패들보드 대여는 3시간에 4만원이다. 서피비치 출입은 자유롭지만 빈백존, 해먹존, 칠링존, 선베드존 등 편의시설을 이용하려면 서피패스(1만원)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펍&라운지’에서는 각종 음료와 주류,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는데, 일몰 후에는 멋진 비치 파티가 열린다. 서피비치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양양의 떠오르는 라이징 스폿, 죽도해변 & 리버티
죽도해변은 서피비치와 함께 양양을 대표하는 서핑 명소다. 동호항과 죽도 사이에 자리한 아담한 해변은 사시사철 서핑을 즐기려는 서퍼들로 붐빈다. 서피비치에 비해 수심이 완만하고 파도가 잔잔해 초보 서퍼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죽도해변 인근에도 서버비치 못지않게 많은 서핑숍이 모여 있어 강습이나 보드 대여가 수월하다. 워낙 많은 서퍼가 모이는 해변이다 보니 죽도해변에서는 서퍼들의 안전을 위해 드론을 활용해 해변 상황을 수시로 체크한다. 죽도해변에서 서핑을 즐긴 뒤에는 해변 남쪽 끝에 우뚝 솟은 죽도산에 올라보는 것도 좋다. 최근 이곳에 들어선 높이 20m의 전망대에 서면 죽도해변과 멀리 설악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죽도전망대 옆 죽도정은 남대천, 대청봉, 오색령, 오색주전골, 하조대, 남애항, 낙산사의상대와 함께 양양 8경 가운데 하나다.
서피비치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자리한 리버티 스케이트파크는 양양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다. 미국 스타일의 보울 스케이트파크인 리버티는 유재석, 비, 이효리가 함께한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 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작한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시즌2’ 양양·강릉 편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상에서 서핑 턴과 카빙 같은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리버티의 보울 연습장은 난이도가 높기로 소문나 스케이트보드 마니아들로 늘 붐빈다. 건물외벽과 연습장 곳곳에 그려 넣은 그래피티 작품도 인상적이다. 연습장 이용자를 위한 샤워시설은 물론 보드와 티셔츠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아담한 숍도 갖췄다. 리버티 스케이트파크 이용시간은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토·일 저녁 9시). 이용료는 1일 1만5000원이며 초급 강습료는 시간당 7만원이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은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