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키우기

식물에게 사과하기

by Orca

이사를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에는 꼭 식물을 잘 길러보자고. 이전 집은 5평 원룸이었다. 화분을 두려면 내가 나가야 할 만큼 비좁았다. 새 집엔 숨 쉴 틈이 있었기에 올해 4월, ‘왕초보 가능’이라는 문구와 1+1 행사에 이끌려 여인초와 마우리소포라(마우리 라고 줄여 부르겠다.)를 들였다. 여인초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있을 법 했고, 마우리는 앙상한 가지 끝의 동글동글한 잎이 귀여웠다. 가격은 행사답지 않았지만 인테리어 겸 그 풍경을 집에 들이기로 했다.


초등학생 때 키우던 상추 화분에서 흰 버섯이 자란 적이 있다. 원인은 과습이었다. 나중에야 그게 독버섯이었다는 걸 알았다. 한때는 상추보다 버섯이 더 잘 자라서 엄마에게 “나 지금 상추가 아니라 버섯 키우는 중이야”라고 말했고, 그 화분은 결국 조용히 사라졌다. 오래전 일이지만 물을 과하게 주는 습관은 그대로였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처음 두 달 동안 나는 매일 종이컵 한 컵씩 물을 줬다. 화분 크기가 머그컵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꽤나 단순한 선택이었다. 흙뿐 아니라 화분 겉면에도 곰팡이가 끼고 쿰쿰한 냄새가 났다. 그래도 식물들은 버텼고 나는 내가 제법 잘하는 줄 알았다.


여름이 시작되고 에어컨 바람이 돌자 상황이 달라졌다. 성장이 멈추고 잎이 떨어졌다. 식물도 냉기에 예민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화분들을 거실에서 서재로 옮겼지만 그곳의 햇빛은 예상보다 강했다. 여인초는 잎을 시원하게 펼치며 금세 회복했으나 마우리는 잎이 노랗게 변하다가 절반을 떨궜다. 마우리는 다시 거실로, 여인초는 서재에 남았다. 이번에는 이 자리가 맞았다.


돌봄은 한 번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았다. 화분의 위치를 잠깐 옮기다 여인초의 새순을 꺾은 적도 있다. 급히 마스킹테이프로 부목을 대고 몇 주 지켜보니 다행히 붙었다. 실수는 짧았고 회복은 길었다. 그 길이를 기억해두기로 했다.


그럼에도 한 번 더 방심했다. 그냥 둬도 제법 잘 자라는 모습을 보니 괜히 감을 잡은 줄 알았다. 그러다 물 주는 날을 건너뛰고 눈길도 뜸해졌다. 감으로 물을 주고, 기분 따라 자리를 옮기고, 기준 없이 돌보던 태도가 화분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래서 작은 약속을 만들었다.


나무막대로 흙을 찔러 수분 확인 후 물 주기 ->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물받침 비우기

자리 고정: 여인초는 서재 창가, 마우리는 거실. 충동 이사 금지

기록: 달력에 물 준 날 표시, 가끔 사진 찍어두기


지금 여인초는 서재 창가에서 새잎을 차분히 펼치고 있다. 마우리는 거실 한쪽에서 느리지만 숨을 고르는 중이다. 식물은 서둘러 반응하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변한다. 돌봄은 더 많이 주는 것보다 흔들리지 않고 확인하는 것에 가깝다. 감은 자주 빗나갔고, 나무막대는 꽤 과학적이었다.


흙이 젖어 있으면 멈추고, 바싹 말라 있으면 그제야 물을 붓는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이 반복이 나의 어린 잎들을 살게 한다. 작은 습관 하나 덕분에 이번 계절쯤은 나와 마우리, 여인초 셋 모두 무난히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이번에는 버섯 대신 잎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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