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로
몸을 푼 밭이
한 편의 극을 끝낸 후처럼
휑하다
밭의 가슴이 이렇게 넓었는지
비운 후에야 보인다
저 넓은 가슴에 생명을 키워내면서
얼마만큼의 진을 빼냈는지
퍼석퍼석한 몸뚱이로
한 데서 숨을 돌리고 있는 빈 밭
일곱 자식을 출가시킨 부모님이 생각나
땅의 등을 가만가만 밟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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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은 일곱 자식을 낳아 기르셨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엄마는 요양병원에 계신다.
세상을 떠난 두 자식을 빼고 5남매가 남았으나
모두 일을 하고 있어 요양병원에 모셨는데도
항상 말씀하신다.
"나야 먹여주고 옷 주고(병원복) 씻겨주는데
무슨 걱정이 있냐. 너희나 편하게 잘 살아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
우리 엄마.
대체 엄마라는 대지는 얼마나 넓은 것인가?
나는 엄마처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기나 한 걸까?
자꾸만 뒤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