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 새가 앉아 있다
부리가 짧고 꽁지가 긴
이름 모를 새, 그보다 더 많은 이름 모르는 새들
들판에 꽃이 피었다
노란 꽃술에 흰색 꽃잎이 둘러진
이름 모를 꽃, 그보다 더 많은 이름 모르는 꽃들
거리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사람들
그보다 더 수많은
이름 모르는 사람들
이름은 모르지만
잠깐씩 스쳐도
애틋한 인연들
살아간다는 건 이름을 하나씩 알아 간다는 것
몰라서 반갑고 기대되는
수많은 그들을 알아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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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나 들에 나가서 보는 꽃과 새들을 보면
이름을 잘 모르겠다.
왠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래서 요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산다는 건 그런 것 같다.
이름을, 마음을 조금씩 알아 간다는 것
하여 반갑고 기대된다는 것.
동화를 쓰면서 많은 독자들을 만나고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또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다.
얼굴도 못 보고 이야기도 나누지 않지만
그들이 느껴져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