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한국에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2020년 1월 20일.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일상은 많은 것이 변화했다. 밤새 문을 열던 술집과 음식점은 밤 10시 이후부터 문을 닫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트에 갈 때, 잠시 집 앞을 나설 때에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5인 이상의 모임도 금지되었고 어딜 가든 체온과 명부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엔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며, 해외 입국, 확진자 접촉 등의 이유로 2주간 격리하는 경우도 허다해졌다.
이렇게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코로나 19. 그러나 변화한 것은 일상만이 아니다. 일상이 변하면서 사회 전체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은 ‘학교’의 의미를 되묻고 ‘재택근무’와 사라진 회식 문화는 현재 우리나라의 업무 효율성에 관한 의문을 던진다. 이러한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도 더러 생겨나고 있다. 무엇이 맞을지는 모르나, 어쨌거나 코로나로 사회 또한 변화되는 것만은 확실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속에서 살아가는 나에겐 무엇이 변화하고 있는 걸까. 학교도 안 다니고, 주식 투자도 하지 않고 출근도 안 하는 직종인 나는 단순히 늦게까지 놀 수 없다던가, 사람들을 잔뜩 만나기 어렵다는 것 외에 의식적인 변화가 있는 것일까? 거리두기 정책에 맞춰 살아가면서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규제하니 지킨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진 않았나?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 있게 본 적이 있었나? 이토록 사회적 변화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온 나였지만, 최근 하나 달라진 생각이 있다. 바로 ‘일회용품’이다.
때는 자가격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보건소에선 자가격리를 앞둔 나에게 코가 찡해지는 코로나 검사를 한 뒤 키트 하나를 주었다. 안에는 손소독제와 자가측정 체온계,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등이 들어있었다. 인터넷으로 자가격리 팁을 미리 본 나는 자가격리 중 남편에게 넉넉한 식량과 물, 그리고 여분의 쓰레기봉투를 부탁했다. 남편은 내가 부탁한 것을 빠짐없이 챙겨 현관문 앞에 쌓아두었고 나는 아무도 없을 때 빼꼼 나와 짐을 옮겼다. 당시 남편이 사 온 쓰레기봉투 또한 100리터짜리 3장이었다. 당연히 다 쓰진 못할 것이니, 겸사겸사 여러 장을 사 왔다고 덧붙쳤다.
자가격리 생활은 적성에 맞았다. 먹고 싶은 음식은 배달시켜 먹을 수 있고 노트북만 있으면 글을 쓸 수 있고 집에는 책이 가득했다. 딱히 불편함 없이 지내는데 매일 한 끼는 배달음식을 먹다 보니 쓰레기봉투가 확확 차기 시작했다. 자가격리 중에는 쓰레기를 내다 버리지도 못하고 재활용도 같은 폐기물 봉투에 넣어야 하니 일회용 용기부터 플라스틱 숟가락, 나무젓가락 등 하루에도 쓰레기가 한아름. 자가격리가 끝날 즈음엔 나 하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 적잖이 충격을 먹었다. 100리터 쓰레기봉투가 2장이나 나온 것이다.
내 몸무게를 감히 밝힐 수 없으나 100리터 쓰레기봉투에 담을 수 있는 무게는 내가 두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무게였으며 실제로 크기 또한 내가 봉투 안에 쏙 들어갈 수 있을 정도. 그런데 이런 작은 인간이라는 것이 고작 이 주를 살아가기 위해 100리터 쓰레기봉투 두 개, 즉 200리터의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비효율적이면서 지구에게 미안한 일인지. 자가격리가 풀리고 다시 전용 봉투에 담아 배출할 때에 모두가 나와 같다면 머지않아 지구 멸망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물론 나 하나만 이렇게 살아간다면 괜찮겠지만, 아무래도 나 하나만 이럴 것 같진 않아서.
그러나 충격도 잠시, 자가격리가 풀린 이후에도 일회용품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밤 10시 이후에는 식당도 다 문을 닫으니 나가서 먹을 수 없어 배달음식을 시키면 다시 일회용품 쓰레기가 한가득 나오고, 작업실에선 설거지가 힘드니 다시 일회용품을 사다 쓰게 되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 않으니 카페에 갈 때마다 또다시 일회용품 컵을 쓰게 됐다. 쌓이는 재활용 쓰레기를 보며 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여전히 나는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두 번쯤, 아니 그 이상 충격을 먹어가다 보니 점점 생각이 변화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당시, 설거지가 번거로워 일회용품이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자며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시대가 이해되었고, 집에서도 일회용품이 설거지할 필요가 없으니 낫다는 생각에서 다회용 수저를 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연간 일회용품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 관심 있게 뉴스를 보기도 했다. 뉴스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는데, 2017년 기준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은 8,164톤. 게다가 비닐봉지 사용량은 연간 216억. 매번 비닐봉지는 모아서 재활용 배출에 사용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소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의식하지 못한 것들이 점점 신경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로 일회용품 배출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상반기 일회용품 폐기량 기준과 2019년 상반기 폐기량 기준을 비교하면 15.6%가 증가했다고 한다. 분리수거를 잘한다 하더라도 실제 재활용 비율은 2017년 기준 22.7%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약 80%는 재활용되지 않고 그야말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비록 생활을 한 번에 다 바꾸지 못하겠지만, 이제 불편한 수치들과 불편한 마음을 조금씩 행동으로 바꾸고 싶다. 텀블러를 쓰고, 분리수거를 하고, 다회용품을 이용하는 등 일회용품과 재활용을 줄여나가기 위해 조금씩 신경 쓰게 된다. 나 하나로 전체 일회용품 사용이 비약적으로 줄어들진 않겠지만, 내 인생에서 일회용품 사용은 줄여나갈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이 신경 쓰임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꾸기 위해 조금씩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평화가 아닐까. 코로나로 불편해지는 것들은 많다. 제각기 다른 것들을 신경 쓰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불편함 사이에서 더 나은 변화로 나아가는 것은 이런 작은 신경 쓰임이지 않을까. 여전히 내 마음은 어딘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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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수연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다산북스)
* <슬픔은 병일지도 몰라>(반니) 저자
* 독립출판 소설 <자화상>(단편소설집 RED) 제작 및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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