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제대로 알고 치료받자
아프다고 말할 수만 있다면
"왜 정신질환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어요?"
가끔 정신질환 관련 강의나 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 간단하게 대답하자면 "저와 같은 상황을 소중한 사람이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서요."라고 답하지만, 이 속에는 수많은 상처가 담겨 있다. 정신질환을 겪으면서 받았던 따가운 시선과 인식, 날카로운 말들. 하다못해 내가 처음 정신과에 가고 싶다는 얘길 처음 했던 십이 년 전, 어머니는 내게 "내가 너한테 뭘 못해줬는데? 네가 왜 정신병자야?"라는 얘길 들었다. 당시 나는 열일곱이었다.
그때 만약 제대로 치료를 받았다면, 이렇게 만성으로 가지 않을 수 있었을 거란 의사의 말은 나를 움직였다.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현재는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말을, 상처를 겪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내 글을 읽는 소중한 독자를 위해, 내 주변 사람을 위해. 그래서 나는 정신질환 인식개선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상처를 하나씩 줄여보자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정신질환에 관련된 인식은 많이 부족하다. 조현병이 무엇인지, 공황장애는 어떤 느낌인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정말 보험 가입도 어렵고 취업도 어려운지, 정신과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되는지 아직도 사람들은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 심지어 아픈데 아프다고 말하는 게 맞는지까지 의심하는 것이 정신질환이다. 그렇다면, 일단 아프다고 먼저 말할 수 있는 인식이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정신질환, 터놓고 얘기하자 : inside
얼마 전, 브런치를 통해 연락받은 곳은 오웰헬스의 inside였다. 이미 여러 상담 플랫폼과 정신질환 관련 활동을 경험해 본 입장으로서 나는 inside만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되물었다. 오웰헬스에선 답장을 보내왔다.
우선 인사이드는 정신건강서비스의 접근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기능 측면에서는 우선 감정일기, 자가검사, 심리상담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감정일기와 자가검사 기록들이 꾸준히 상담사 선생님과 공유되어 보다 연속적인 교류가 가능하도록 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보다 중요시 여기는 것은 저는 인사이드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우리나라도 이제는 외국처럼 조금 더 자유롭게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유저분들의 이야기를 제공하며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고자 합니다.
많은 플랫폼을 경험해보았으나, 단발적인 활동에 불과했기에 가졌던 물음에 오웰헬스 측에선 진심을 담아 답해주었다. 그 진심이 내 방향성과 닮아 있어 한번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inside를 이용해보았다. 오웰헬스 측에선 상담 1회기를 제공해주었고 앱을 이용해본 뒤 솔직한 얘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간단하게 inside 앱을 이용한 결과 크게 세 가지로 장점을 분류할 수 있었다.
1. 접근성 : 앱의 구성이 간단하고 몇 가지 문항으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상담사 역시 쉽게 찾고 예약할 수 있으며 상담사뿐만 아니라 정신과도 연결이 가능하다. 매일 자신의 마음을 기록할 수 있는데 간편하게 쓸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생각됐다.
2. 스토리 : 앱에서 제공되는 스토리는 정신과 치료에 관한 오해와 물음에 관한 답이 객관적으로 정리되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신과 치료를 시작한다면 궁금해할 부분을 해결할 수 있어 정보와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다.
3. 상담사의 이야기 : 상담사를 결정할 때, 상담사의 이야기가 인터뷰처럼 나와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짧은 시간에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내담자만 말하게 되는데 미리 상담사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면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어 더 많은 상담사의 인터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상담의 과정은 상담사를 결정하고(상담사의 이력을 모두 볼 수 있다) 결제 및 예약을 한 뒤 간단하게 자신의 고민을 미리 작성하여 상담사에게 제공한다. 상담 시간 10분 전, 알람이 오고 상담시간에 맞춰 상담에 들어가면 영상통화로 상담이 이루어졌다. 상담 이전엔 간단한 문항 검사가 있었다. 상담 시간은 50분. 상담 시간이 끝나면 상담은 강제종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용했던 많은 심리상담 앱 중 가장 실용적이었고 객관적 정보가 있었다고 생각되었다. 필요하다면 상담사와 바로 예약할 수 있고 쉽게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함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아직 스토리나 인터뷰의 내용 등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어 그 부분이 보안된다면 대중적으로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바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하길'이었다. 쉽게 많은 사람이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정신질환에 관심을 가진다면 인식은 자연스럽게 변화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마 inside 앱에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인 '접근성' 또한 이러한 나의 마음과 맞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특별한 사람만이 상담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힘들다면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도 괜찮다고 말하기 위해. 오늘 힘들다면, 자신의 감정을 한 번은 되돌아볼 수 있게.
나를 위하는 것, 무엇이 되었든
솔직하게 말하자면, 꼭 앱이나 상담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숨은 마음을 알아차리고 잘 케어할 수 있다면, 굳이 '상담'이라는 것을 받지 않아도 될 수 있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가까운 이와 대화를 할 테고 누군가는 나처럼 글을 쓰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inside는 나의 숨은 마음을 기록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지 않을까. 매일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해보고 너무 힘이 들 때면 상담을 받아보기도 하고 과거의 나는 어땠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나를 위해 무얼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을 때엔 도움을 받아보길 추천하기도 한다. inside가 아니더라도. 그 무엇이라도. 나를 위한 일이라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긴다면, 나를 위하다 주변을 볼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나와 같이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정신질환에 관한 올바른 관심을 가져준다면 세상이 한 사람만큼 변화하지 않을까. 한 사람이 우리가 되고, 우리가 전체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한 걸음에 같이 하는 동료를 만난 것 같은 기분. 당신도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 자신과 더 나아간 우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