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킨 말

전업작가로 살아남기

by 이수연


사람들을 만난다.

새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은근슬쩍 말한다.



우와! 축하드려요.

또 책이 나오시나 봐요?

진짜 열심히 사네요.



다양한 말이 다양한 입으로 나온다.


하하.

머쓱하게 웃는다.

(그래서 사 보실거죠?)

말하지 못한 말을 꿀꺽한다.

뻔뻔함은 새 책 이야기를 꺼내며 다 써버렸다.



수정된 원고가 오간다.

메일과 카톡으로 쉬지 않고 오간다.

수정 사항을 알리는 내용들이 오간다.


삼켜진 말들은 무엇일까.

꿀꺽한 말은 무엇일까.

(이 작가 고집 세네)

혹시 이 말을 꿀꺽했으려나.



아뇨.

저 고집부리고 싶지 않아요.

더 좋은 글만 된다면 심장이라도 내놓을게요.

벌떡벌떡 뛰는 빨간 심장

그대로 드릴게요.


아야.

근데 왜 마음이 아프지.

수정하는 일이 왜 이리 아프지.

혹시 이거 고집부리는 일인가?


저 정말 아니라니까요.

아니 정말 다 고쳐도 괜찮다니까요.

제가 무슨 자존심이 있다고.

자의식이요?

(말이 좀...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뭐라고요. 하하.



"믿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편집자 손을 꼭 붙잡고 말하고 싶다.

믿습니다, 편집자님.

아무래도 절 믿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저는 고집쟁이에 자의식으로 무장한 철 지난 예술가 병이 있어서요.

편집자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저 진짜 믿고 있다니까요.

저를 꺼낼 수 있는 건 편집자님이세요.



(꿀꺽)


다 삼킨다.

메일에 남은 한 마디.


"원고 보내드렸습니다."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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