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로 살아남기
사람들을 만난다.
새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은근슬쩍 말한다.
우와! 축하드려요.
또 책이 나오시나 봐요?
진짜 열심히 사네요.
다양한 말이 다양한 입으로 나온다.
하하.
머쓱하게 웃는다.
(그래서 사 보실거죠?)
말하지 못한 말을 꿀꺽한다.
뻔뻔함은 새 책 이야기를 꺼내며 다 써버렸다.
수정된 원고가 오간다.
메일과 카톡으로 쉬지 않고 오간다.
수정 사항을 알리는 내용들이 오간다.
삼켜진 말들은 무엇일까.
꿀꺽한 말은 무엇일까.
(이 작가 고집 세네)
혹시 이 말을 꿀꺽했으려나.
아뇨.
저 고집부리고 싶지 않아요.
더 좋은 글만 된다면 심장이라도 내놓을게요.
벌떡벌떡 뛰는 빨간 심장
그대로 드릴게요.
아야.
근데 왜 마음이 아프지.
수정하는 일이 왜 이리 아프지.
혹시 이거 고집부리는 일인가?
저 정말 아니라니까요.
아니 정말 다 고쳐도 괜찮다니까요.
제가 무슨 자존심이 있다고.
자의식이요?
(말이 좀...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뭐라고요. 하하.
할 수만 있다면 편집자 손을 꼭 붙잡고 말하고 싶다.
믿습니다, 편집자님.
아무래도 절 믿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저는 고집쟁이에 자의식으로 무장한 철 지난 예술가 병이 있어서요.
편집자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저 진짜 믿고 있다니까요.
저를 꺼낼 수 있는 건 편집자님이세요.
다 삼킨다.
메일에 남은 한 마디.
"원고 보내드렸습니다."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instagram @suyeon_lee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