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와 자기혐오

전업작가로 살아남기

by 이수연


[원고 쓸 때]


나 이번엔 좀 잘 쓰고 있지 않나?

지금까지 쓴 글 중에 최고인 거 같은데.

이러다 진짜

공모전에 당선되는 거 아냐?


그럼 대박인데.

인터뷰에서는 뭐라 하지?

내 글의 매력을 물으면

무슨 대답을 해야 멋들어지지?


저는 꾸준히 썼을 뿐인걸요.

다 도와주신 덕분이죠.

(제가 썼어요!!)

작가에게 중요한 건 열린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자기애가 차오른다.

지금 내가 쓰는 것이 최고라면서.

지금 나는

슈퍼짱짱 멋지다면서.

지금은 아무도 몰라주지만

언젠가 해 뜰 날이 올 거라면서.



*



[퇴고할 때]


이 정도밖에 못 쓰나?

이걸 글이라고 쓴 건가?

이러다 진짜

또 망하는 거 아냐?


그럼 안되는데.

출판사한테 뭐라 하지?

내 글이 별로라고 말하면

무슨 말을 해야 없어 보이지 않지?


꾸준히 쓰긴 했는데요.

다 도와주실 거라 믿고 있어요.

(제가 쓰긴 했는데...)

작가에게 중요한 건 역시 퇴고 아니겠어요.


자기혐오가 차오른다.

지금 내가 쓰는 것을 갈아엎으면서.

지금 나는

슈퍼마켓 못난이라면서.

지금은 어떻게든 넘어가지만

언젠가 밑천이 바닥날 거라면서.



*



자기애는 쌓고,

자기혐오는 부수고.

쌓고,

부수고.


정신머리가 난장판이 나도


쌓고,


부수고.



그래서 작가는

가진 것이 없다 하나.


쌓아 올린 것들을

와르르

매번 부숴야 하니.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instagram @suyeon_lee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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