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

전업작가로 살아남기

by 이수연


가르친다.

글쓰기를 가르친다고는 하는데

글쓰기를 가르치는 건 뭘까.


여기 의미가요.

여기 문장 호응이요.

여기 흐름이요.

여기 맞춤법이요.



이런 것들 의미 있나.

나는 그런 걸 알아서 작가가 됐나.

하나도 몰라도 작가가 됐는데.


나도 이걸

내가 왜 알고 있는 건지 궁금한데.

어쩌다 이런 걸 얘기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뭘 가르쳐요.

그래서 왜 가르쳐요.



가르치려 할 마음은 없어요.

배우려는 마음을 받을 뿐이죠.


가르칠 것도 없어요.

좋아하면 쓰게 돼 있잖아요.



저한테 오셔서 신춘문예 당선 되면,

그건 저 없이도 하실 수 있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저한테 오셔서 책 내신 거면,

어떻게든 책 내실 사람이었던 거예요.



너무 포부 없는 사람인가요.

어떡해요.

그렇게 생겨먹었는데.

저는 우연히 거기 있던 거뿐이에요.



저를 지나쳐서 가시던 길 가세요.



그런데 우회전하면 벚꽃길이 있고요

직진하면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어요.

좌회전은 길은 험한데 보람 있고요

뒷걸음질 해봐도 재밌더라고요.


제가 할 말은 이 정도가 다네요.

이제 가시던 길 가세요.

어디로든 가세요.

옆 구르기로 가셔도 좋고

앞 구르기로 가셔도 좋아요.


아, 저는 걸어가려고요.

앞 구르기는 해 봤는데 허리가 아파서요.


이만 가신다고요?

즐겁게 가세요.

다시 만나면 좋겠네요.


저요?

이런 것들 가르치나 봐요.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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