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로 살아남기
섬에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나를 가둔다.
지금 여기는
설움도(島)
온갖 설움이
정박되어 있는
외딴 설움도.
수액이라도 맞으시겠어요?
힘들게 찾아간 병원은
내 혈관을 뚫으려고 한다.
아뇨.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혈관이 뚫리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일.
대신 편의점에서
죽을 산다.
2분이면 완성되는
4500원짜리 닭죽.
한 숟갈.
아아 맛없어.
두 숟갈.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나.
세 숟갈.
어릴 때 엄마가 닭죽을 자주 해 줬는데.
네 숟갈.
그러고 보니 집 밥 먹은 지가 언제지?
다섯 숟갈.
엄마 보고 싶다.
숟가락이 멈춘다.
다섯 숟갈 만에
입맛이 떨어진다.
엄마.
설움도에 엄마호가 정박한다.
이 늦은 시간에 어떻게 오셨어요.
비도 이렇게 오는데.
차라리 내일 오시지.
지금은 돌아가지도 못해요.
어둠이 깔린 설움도
끝날 기미가 없다.
비가 내린다.
고립된다.
배에는 아무도 없다.
배에는 닭죽 다섯 숟갈이 있다.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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