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로 살아남기
일기를 쓴다.
나는 일기를 아주 지멋대로 쓴다.
의식의 흐름대로.
튀어나오는 생각대로.
어차피 독자도 없는 일기.
아주 지멋대로 써서
못 알아먹게 써버려야지.
일기 속 '나'는
괴팍하고
신경질적이고
불친절하고
못 돼 빠졌다.
그런데
매번 깨달아버린다.
하나씩 차근차근하면 돼.
매 순간이 변화하는 때야.
조급해한다고 달라질 건 없어.
될 수 있다고 믿어야 할 수 있어.
지멋대로 쓰려고 일기를 쓰는 건데
에세이 작가의 쿠세처럼
자꾸 메시지로 끝난다.
그런데
그게 또 진심이다.
뭐야?
뭔데 자꾸 날 깨닫게 만들어?
원고 쓰기 싫어서 쓰는 일기란 말야.
뭐라도 한 기분 내려고 쓴단 말야.
그런데 왜 자꾸 배우는 건데!
일기에게 신경질을 낸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휘갈기면서.
다음날.
일기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다시 공백이 펼쳐진다.
아.
계속 다음 장이 펼쳐지는구나.
내가 아무리 신경질을 내도
죽고 싶다고 징글징글하게 써도
다음날이 되면
새하얀 공백이 펼쳐지는구나.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나를 나무라지 않고
하루라는 기회를 주고 있다.
다시 생각할 기회를,
다시 마음먹을 기회를,
다시 살아갈 기회를,
매일매일 주고 있다.
고개가 점점 숙여진다.
옹졸한 내 마음은 다른 이에게 기회 하나 주지 않는데.
또 배워버리는 것으로 하루가 저문다.
계속 쓰다가
해탈하겠네.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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