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로 살아남기
통장에 오십만 원이 입금됐다.
보낸 사람은 엄마.
오십만 원을 보내야
딸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걸까.
건강하지?
응.
(실은 감기가 2주째 낫지 않지롱)
돈은?
괜찮다니까.
(실은 이번 월세도 겨우 냈지롱)
밥은 잘 먹고 다녀?
당연하지.
(실은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지롱)
사랑해,
우리 딸.
나도.
사랑해.
(이건 진심)
카톡창을 빤히 보다
눈물이 주루룩 흘러버린다.
안부 한 번에
오십만 원.
내 안부는 비싼 안부다.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어, 우리 딸.
아빠.
잘 지내?
(아무렇지 않은 척)
잘 지내지~
웬일로 전화했어?
실은 이번에 내가
사야 하는 게 있어서.
(자연스럽게 넘어가자)
알았어.
아빠가 사줄게.
고마워,
사랑해.
(이건 진심)
아빠 기분 좋아서
술 마셔야겠다.
기분 좋은데 왜 술을 마셔?
(실은 나도 그러지롱)
우리 딸이
사랑한다고 해서.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라
사랑한다는 말에 야박했나 보다.
비싼 장비가 택배로 도착했다.
비싼 사랑해다.
이번에도 또로록 눈물이 흐른다.
아 왜 자꾸 우는데.
어, 왜?
(왜?)
나 결혼함ㅇㅇ
ㅊㅋㅊㅋ
(추카추카)
상견례 시간 됨?
ㅇㅇ
(응응)
ㅇㅋ
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결혼한다니 뭘 사줘야 하나.
돈 못 버는 동생인 건 아니까 괜찮다.
나중에 적당히 생각해 보자.
어?
이번에는 눈물이 안 나네?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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