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퇴근

전업작가로 살아남기

by 이수연



지하세계에는 해가 뜨지 않는다.



오전 여덟 시.

가파른 작업실 계단을 올라

땅 위까지 다다랐을 때,

쏟아지는 햇빛.



밤새

술을 마셨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술퇴근을 하는 길.



아침잠을 겨우 이겨낸 자랑스런 이들은

출근을 하고

밤잠을 이겨내고 뛰놀던 한 마리 망아지는

술퇴근을 한다.



한때는 나도

아침잠을 견디며 출근했는데.



작가라는 이유로

글을 쓴다는 이유로

마감을 다 했다는 이유로


술이나 처먹는 게

내 직업이었나.





작가라는 것들은

항상 취해있나.




자기가 세상을 버려놓고

세상에 버려졌다고 외치나.





길거리의 수많은 이들은

아침잠과 싸워 이겼는데


왜 내가 잠을 이기는 때는

술 쳐 먹을 때밖에 없나.




아슬아슬하게 빛이 드는 창.

밝은 것이 부끄러워

떨어진 커튼을 청테이프로 붙였다.



아슬아슬하게 빛이 파고드는 창.

끝내 나를 비추어

못 본 체 수면제를 먹었다.





이래서 아침이 싫다니까.


보기 싫은 것까지 다 비추어서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니잖아.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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