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전업작가로 살아남기

by 이수연



잊고 싶었어.

내가 무엇을 쓰는지,

내가 무엇을 썼는지.



잊어야 볼 수 있는 것이 있어서

매일 술을 마셨어.



(비겁한 변명)



기세 좋게 퇴짜 맞던 소설은

출판사를 만났고

기세 좋게 마음대로 하라는 출판사는

또 내게 퇴짜를 주겠지.



(쉿)




이제 그리 아프지 않아.


나는 아픈 것보다

더 좋은 글을 쓰는 게 좋거든.




(그래서 초파리는 뭔데)




그게 있잖아,

다 잊어보려고.

잊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오늘도 술을 마신 거야.




(그래서?)




그런데 내가

이래 봬도 독한 술을 못 마셔.

그래서 잔뜩 단 술을 마시곤 해.


날은 습한 여름.

벌레가 뛰노는 시기이기도 하지.




(그래서??)




잠시 자릴 비운 사이

단 맥주를 삼키는데 건더기가 있더라.

씹으려다 뱉고 찬찬히 살폈어.

무엇인가 하고.




(그래서???)




초파리였다고,

그냥 그랬다고.

아주 작은 단백질이 함유된

그런 맥주였다고.




(어쩌려고 그러고 살아?)



다 잊으려고 살아.

쓰는 것들을 잊으려고.

쓴 것들을 잊으려고.



새로운 마음으로

늘 살아가려고.



(초파리는 무슨 상관이야?)



쉿.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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