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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Nov 17. 2023

'죽고 싶다' 속에 숨은 마음 찾기

#7 마음 찾기

 본격적인 자살 충동 행동 요령(?)에 앞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을 가늠해 본다. 무슨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까. 한 번이라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어서일까. 혹은 주변에 누군가 이런 마음을 품고 있다며 말하지 않았을까. 행여 미래에 죽고 싶을 때를 대비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자살 예방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일까.


 글 하나를 읽는 마음도 이렇게 많은데, 우리의 마음을 어찌 '자살충동'이라는 단어로 묶어버릴 수 있을까. 그 안에 무수히 많은 마음이 숨어있을 텐데. 그래서 오늘은 자살충동 속 숨은 마음을 찾아보려 한다. "죽고 싶다."는 말을 쓰지 않고 죽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면, 당신은 마음을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일상에서 찾아보기


1)

 평범한 일상이었다. 느지막이 출근을 한 나는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소파에 앉아 책을 폈다. 적당히 밝은 조명에 집중만 한다면 책을 술술 읽을 터였다. 그런데 문득 나는 죽고 싶었다. 뼈가 사무치게 죽고 싶었다. 그 전날,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죽고 싶었을까?


 나는 마음을 알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일기를 폈다. 무작정 글을 쓰며 생각나는 것을 다 적는 것이 내게 '일기 쓰기'였다. '죽고 싶다'로 시작한 문장은 이어지고 이어졌다. 죽고 싶다. 왜 죽고 싶을까? 오늘 출근길에 날이 춥고 하늘이 맑았다. 그게 왜 죽고 싶은 걸까? 내가 처음 죽고 싶다고 생각 한 날 창밖의 하늘이 너무나 맑았다. 그게 너무나 야속해 한참 울었다. 그러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죽는 내가 아까웠다. 그래서 숨이 가쁘게 달리며 살았다. 그래서 왜 나는 오늘 죽고 싶은 걸까?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처럼 맑은 하늘이 다시 내 머리 위에 있었으니까.

 나는 문득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고 싶었다.


 아! 나는 변하지 못한 자신이 슬펐구나!


2)

 병원을 다녀왔다. 일상을 어떻게든 잘 굴리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내가 잠을 너무 많이 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의사에게 약을 줄여보겠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작부터 말하지 못한 나는 말을 질질 끌다 상담 마지막에 겨우 약을 줄여보고 싶다고 했다. 의사는 기뻐하며 약을 빼주었다. 나아지고 있다는 게 기쁜 눈치였다. 택시를 타고 작업실로 오는 길, 나는 너무 죽고 싶었다. 나는 왜 죽고 싶었을까?


 이것저것 죽을 방법을 생각하다 택시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집에 가서 확, 아니아니. 이게 아니라 왜 나는 죽고 싶었지? 의사는 나아지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7년 간 치료를 받으며 내가 먼저 약을 빼달라고 한 적도 없으니 기쁠만하겠지. 그런데 나는 왜 죽고 싶고 슬플까. 고민하고 고민했다. 전날, 나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떠올라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도저히 지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온몸을 바늘로 찌르듯 고통스러웠다. 그 고통을 참으며 애써 잠에 들었다. 그런데 나는 힘들고 슬픈 것 하나 얘기하지 못하고 말을 빙빙 돌리다 약을 줄여달라고 했다. 내가 말하지 못하니 의사는 그저 내가 잘 지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마음이 야속했다.

 한 번이라도 안부를 물어봐주길 바랐다.

 아무도 내 안부를 묻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죽고 싶었다.


 아! 나는 괜찮아 보이는 내가 싫었구나!


3)

 가족을 만났다. 하하호호 웃으며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자주 보는 얼굴이 아니니 반가운 표정도 함께였다. 불편한 얘기가 오가지도 않았다. 가족은 돈도 못 버는 날 탓하지도 않았고, 성과도 없는 나보고 좀 더 잘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집에 오자 죽고 싶었다. (Say!) 나는 왜 죽고 싶었을까?


 가족은 내가 지금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상황 속에 살아가는지 모른다. 그런데 자꾸 힘이 되어주려 한다. 나는 혼자 있고 싶은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면 된다고 한다. 내가 가장 필요로 할 때 없었으면서. 짐을 주고 싶지 않은 나는 입원까지 얘기가 나온 내 상황과 흉터 투성이인 손목을 숨기기 바빴다.


 나를 숨겨야만 유지되는 것 같은 가족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필요한 순간 아무도 없던 과거의 나는,

 가족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죽고 싶었다.


 아! 나는 도망치고 싶구나!



죽고 싶다는 말속 마음


죽고 싶다.



 아마 내가 마음을 파고들어 그 말속 숨은 마음을 찾지 못했다면 그저 "죽고 싶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변은 필히 "왜?"라고 물을 테고, "모르겠어."라는 말로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숨은 마음이 비죽 고개를 내민다. 변하지 않는 내가 싫구나. 괜찮아 보이는 상황이 힘들구나. 도망치고 싶었구나. 말속에 숨은 마음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마음을 찾아내었다면, 그다음으로 물어볼 수 있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변하지 않는 내가 싫다면 오늘 작은 하나라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괜찮아 보이는 상황이 힘들다면 괜찮지 않다고 말해볼 수 있다. 도망치고 싶다면 부딪혀 볼 수도, 여행을 떠나버리는 수도(죽지 않고 도망치는 노하우다) 있다. 반드시 죽음이 아니라 삶 속에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 모두가 무슨 소용이냐고?

 죽고 싶은데 그런 생각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만약 당신이 죽음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그것은 당신 생에 지워지지 않는 '경험'이 된다. 과거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괴로운 일을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좋은 일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한 좋은 행동(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도 당신 속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당신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변화는 한눈에 보이는 것만이 변화가 아니다. 물방울이 바위를 깨듯 한 방울의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이라도 변화는 변화다. 뒤돌아보면 알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변화해 왔는지. 나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죽고 싶은 말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자꾸 찾아나가고 있으니까.


당신이 삼킨 죽음의 말속에

다시 삼킨 마음은 무엇인가?





오늘의 숙제는 '죽고 싶다' 속 마음 찾아보기다.

죽고 싶은 순간 '왜' 죽고 싶었는지 의식의 흐름대로 모두 적어보자.

다 적은 뒤 한 문장으로 마음을 정리해 보자.


1.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 시점의 상황을 정확하게 적어보기.

2. 상황에서 떠오른 것들을 모두 적어보기.

3. 떠오른 것들 사이에 죽고 싶은 마음과 연관된 것에 밑줄 긋기.

4. 밑줄 그은 내용을 이어 마음을 찾아보기.

5. 찾아본 마음을 한 줄로 요약해서 적어보기. 


 위 순서대로 따라가도 좋지만,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공유하기!


숙제 : '죽고 싶다' 속 마음 찾아보기

※심화과정 : 찾은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어보기.


#7_자살 충동 매뉴얼 / 마음 찾기




*현 자살예방을 직시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 표현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새 연재물로 매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uyeon_lee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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