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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Jan 06. 2024

자살 충동 3단계

#8 충동 조절하기_1

 숱한 자살 충동을 겪으며 나는 자살 충동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는 나라는 한 사람을 연구하다 발견한 성과(?)이기도 하다.


자살 충동 3단계

[주의보] 자살 충동은 있으나 현실적인 상황 판단이 가능하고 견딜 수 있음.

[경보] 자살 충동이 강하며 견딜 수 없음. 혹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상황.

[특보] 자살 충동이 온몸을 지배해서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음. 스스로 현실판단이 어려우며 행동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


 조금 얘기를 풀어보자면 [주의보]는 일상적 자살 충동이다. 급작스런 스트레스에 갑자기 죽고 싶다거나 뜬금없이 자살을 떠올린다거나 감정적으로 흔들리거나 도피 등으로 자살을 떠올리는 경우. 나는 이러한 경우를 [주의보]에 설정한다. 현실적 판단이 (아직) 가능하기 때문에 신체 활동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 등 생각을 전환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뜬금없이 '이렇게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라는 현타가 와 눈물이 주르륵 흘러버리지만, 혼자 견딜 수 있다.


 [경보]의 경우 [주의보]보다 한층 강한 자살 충동이 온다. 이때 주로 동반되는 것은 자해다. 죽을 수 없는데 마음을 해결할 수 없으니 무엇이라도 한다는 게 자해로 표출이 된다. 한강 앞까지 가서 망설이는 것도, 건물 옥상에 올라가는 것도, 손목에 흉터를 내는 일도, 약을 과다복용 하는 것도 대부분 [경보]에서 일어난다. 혹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나 정말이지 죽을 것 같아 어떻게 죽을지 고민하는 단계 또한 [경보]에 놓을 수 있다. 언제든지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특보]는 흔히 말하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에 해당한다. 자살 충동이 너무 강해 정신을 놓아버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이러한 [특보]를 맞이하면 눈을 뜨면 병원 응급실에 있다거나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깨어나면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전에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며 현실을 판단하기 바쁘다.


자살충동 체크리스트
 아래 문항을 잘 읽고 자신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곳에 체크를 합니다.

1. 죽고 싶다거나 잠든 뒤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란 적이 있습니까?

2. 실제로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3. 자살을 시도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4. 자살을 시도할 생각이 있었고 실제로도 실행할 의도가 있었습니까?

5. 자살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한 적이 있고 그 계획을 최근에 실행할 의도가 있었습니까?

6. 죽으려는 마음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까?

7. 목숨을 끊으려고 무엇인가를 시작했지만 실제로 하기 전에 누군가에 의해 또는 무슨 일로 중단한 적이 있습니까?

8. 목숨을 끊으려고 무엇인가를 시작했지만 실제로 하기 전에 스스로 중단한 적이 있습니까?

9.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을 준비하기 위한 행동을 취한 적이 있습니까?
(예, 약물 구입, 커터칼 구매, 소중한 물건 나눠주기, 유서 작성 등)

Columbia Suicide Severity Rating Scale(Posner, Melvin, Stanley, Oquendo와 Goul, 2007)을 자기점검체크리스트로 수정하여 제시함


위의 어떤 질문에라도 '예'라고 응답했다면 평소와는 다른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결과

1,2번에만 체크한 경우 : 당신은 '자살 저위험'상태입니다. 자살에 대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시고 자살에 대한 대처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3번(3번까지)에만 체크한 경우 : 당신은 '자살 중위험'상태입니다. 자살에 대한 대처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시고 학교상담센터 혹은 다른 상담기관에서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4번~9번 중 1개 이상 체크한 경우 : 당신은 '자살 고위험'상태입니다. 자살위험을 심각하게 여기시고, 즉시 자살 관련 전문개입기관에 도움을 청하길 바랍니다.


 이처럼 결과에 따라 저위험은 [주의보], 중위험은 [경보], 고위험은 [특보]로 볼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애석하게도 '자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기 이전까지 '죽고 싶다'는 것이 당연하여 내가 고위험군에 속하는지 조차 의식하지 못하며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나는 고위험군이라는 걸. 그렇기에 항시 조심해야 하며,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실질적인 조언


 이제 앞으로 소개될 부분은 각 단계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실질적 행동요령이다. 말이 좋아 그렇지, 실은 다들 알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공감했다면, 충분히 따라와 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까 바라본다.

 일상에서 해볼 수 있는 작은 부분부터 도움을 받을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까지. '이렇게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라는 현타를 극복하는 방법까지도. 비록 당신이 무엇도 할 용기가 나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도 괜찮다. 마음이 생겼을 때, 무엇을 해볼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정도라도 의미 있다.


충동은 일시적 현상이다.

시간은 흐른다.




오늘의 숙제는 자살 충동이 왔을 때 충동의 세기를 분류하기다.


[충동 세기 분류하기]


[주의보] 자살에 관한 생각이 든다.

[경보] 자살에 관한 생각이 들며 행동으로 어떻게 옮길지 생각한다

[특보] 자살에 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으며 지금 당장 행동에 옮기고 싶다. 


 위 상태에 따라 충동의 강도를 분류해 보자. 


※숙제 : 충동의 강도 분류하기

※심화과정 : 충동이 들었던 이유를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보기


#8_자살 충동 매뉴얼 / 충동 조절하기_1




*현 자살예방을 직시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 표현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새 연재물로 매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개인사정으로 잠시 쉬었습니다. 다시 연재 시작입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uyeon_lee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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