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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Nov 10. 2023

기관의 도움받기

#6 도움 요청하기 : 홀로 남은 당신을 위해

 태어나면서 가족이 있고 학교 생활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있고 직장에는 동료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다 겪고도 '혼자'일 수 있다. 외부적 환경으로 혼자이든, 마음의 벽 때문에 혼자이든.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말 보다, 혼자에서 함께가 되는 변화를 함께하고 싶다. 정말 혼자일 수 있으니까.


혼자에서 함께


 이번 챕터에서는 초보 우울러를 위해 병원, 센터,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 겪어 본 사람도 있어 좀 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겪지 않은 상태라면 무턱대고 병원이나 기관을 찾아도 괜찮은 건지 두려움이 들 수 있다. 두려움은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마음이니까. 그러나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않길 바란다. 치료라는 것은 사회로 돌려보내는 일이니까. 결과적으로 우리는 사회 속에 어울려 함께이기 위해 치료를 받는 거니까.


1. 복지기관 : 각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 및 방문방법 : 인터넷에서 지역 보건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확인한 뒤 운영시간 내 전화상담을 받을 수 있다.

활용 : 병원비 지원, 상담비 지원, 입원비 지원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기본적인 심리검사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지원 범위가 다를 수 있으며 지원예산에 따라 일부 지원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복지사와 간단한 상담을 통해 일상생활의 불편한 부분(금전적 어려움) 또한 복지혜택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엔 유선상 상담을 통해 약물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며 정신과 병원을 추천받았다. 두 번째 연락을 받았을 때는 경찰과 연계되어 개인정보가 복지센터와 공유 돼 도움이 필요한지 연락을 받게 되었다. 사실, 그다지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으나 당시 병원 입원을 결정하게 되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복지센터를 방문했다.

 지역에 따라 복지사가 담당되었고 복지회원 등록을 해야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상담비는 지원인원이 많아 입원비와 정신과 외래 비용 지원이 된다고 하여 회원 등록을 했다. 복지사님은 친절하게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물어보았고 이후 가끔 전화로 일상생활에 안부를 묻거나 1달에 1번 정도 방문 상담을 진행했다. 방문 상담이라 해도 일상에 불편함은 없는지, 약은 잘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라 30분 내외로 진행되었다. 보건소는 대부분 지역에 있기 때문에 멀리 갈 필요가 없어 편한 부분이 있었다.


2. 심리상담

상담 및 방문방법 : 지역 혹은 원하는 상담센터를 검색 후 연락하여 상담 일정을 잡는다. 상담비용은 시간당 3만 원~10만 원 이상으로 다양하다. 트로스트 등 어플을 통해 화상통화 상담도 받을 수 있지만, 상담을 처음 받는다면 대면 상담을 추천한다.

활용 : 상담은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혹은 약물 치료와 병행하며 활용한다. 보통 정신과 치료는 약물치료, 신체 건강에 초점을 맞추지만 심리상담은 대부분 인지행동치료(CBT)가 많았다(현재는 통합적 심리치료를 많이 시행한다고 한다(*댓글 참조!). 치료 기법에 따라 상담을 진행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맞는 상담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부분을 많이 알려주므로 상담에 잘 따라가며 사회생활에 적용해 보면 좋다


 심리상담 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된 것 또한 두 차례 있다. 처음에는 정신과 의사의 추천으로 심리상담가에게 인지행동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나의 거센 반항으로(자꾸 숙제를 내주어 굉장히 짜증 났다) 상담 치료는 1달 만에 종료되었다. 이후 <예술인 복지재단>을 통해 심리상담 지원을 받게 되어 상담을 받았다. 10회 상담과 심리검사를 지원해 주었는데 과거와 달리 굉장히 적극적으로 임했다(철이 들었나 보다).

 정신분석 치료를 오래 받아왔던 터라 인지행동치료가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정신분석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렇군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뭔가를 적는 게 대부분인데 심리상담의 경우 논증(?)을 통해 내가 얼마나 비합리적 사고를 하고 있는지 파고들었다. 예전에는 이런 걸 왜 하나 싶은 '감정 적어보기' 같은 것도 하다 보니 나의 행동패턴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 호흡법이나 명상, 일상적인 부분부터 무의식적 행동 패턴까지 함께 찾아 도움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무기력할 때엔 심리상담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자꾸 생각하는 게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3. 정신과 병원

상담 및 방문방법 : 지역 혹은 원하는 병원에 연락하여 초진을 잡는다. 정신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1만 원가량 나오지만, 추가 상담을 할 경우 보험 적용이 안 돼 심리상담과 비슷한 금액이 나온다.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 추천한다.

활용 : 정신과에 가게 되면 약물 치료를 받게 된다. 초반에는 나와 맞는 약을 찾는 것에 시간이 들 수 있다. 장기 복용해야 효과가 나오는 약물도 있어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과 의사마다 시행하는 요법이 다르다. 치료자가 나와 맞지 않는다면 병원을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집 근처의 정신의료기관 검색,  복지센터에 추천, 하이닥 등을 통해 병원을 검색할 수 있다. 치료자는 치료자일 뿐. 역시 우리는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추가내용 : 좋은 정신의료기관 선택하기

-병원 홈페이지에서 의사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는 병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무장 병원으로 알려진 병원은 피한다.
-통상적인 범위 이상의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하는 병원은 피해야 한다.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조건 '큰 병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름이 자주 바뀌는 병원은 피해야 한다.

(정신의학신문 4편 : 좋은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7.5.23)


  정신과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너무너무너무~ 많다. 하지만 이번 장에서는 간단하게 요점만 다루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간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큰 병원'을 떠올린다. 하지만 큰 병원은 대기시간이 길고 환자가 많아 상담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 1시간을 기다려 5분 상담하면 끝. 그렇기에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병원을 추천한다. 게다가 대형 병원은 예약하고 초진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기에 집에서 다니기 좋은 개인병원이 편리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원이 필요하다면, 개인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진단서를 받아 입원하게 된다. 정신과도 의사마다 치료기법이 달라 어떤 의사는 불교적으로 접근하고 어떤 의사는 기독교적으로 접근하며 어떤 의사는 정신분석을 하고 어떤 의사는 음... 잘 들어준다. 결국 상담도 치료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기 때문에 치료자가 나와 안 맞을 수 있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치료자를 바꾸는 것도 좋다. 혹은 치료자에게 내가 원하는 방향을 얘기할 수 있다.

 당신은 돈을 내고 치료를 받는 것이다. 그러니 상처받고 돌아오지 말자. 돈 내고 상처받으면 너무 억울하지 않나. 전 단계에서 말했듯 치료자에게 원하는 걸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 주변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생겼을 때 그 사람에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니까.

 정신과 병원 대기실에서 누가 봐도 안 좋은 사람들이 가득할 것 같지만 대부분 평범하다. 말도 걸지 않고 서로에게 무관심한 다른 병원 대기실과 똑같다. 그냥 이비인후과 대신 정신과 병원 로비에 앉아있다 생각하고 쫄지 말자. 아무 말도 못 하면 의사가 알아서 물어볼 것이다.


4. 그 외.

-당사자 위기쉼터 : 정신질환 당자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 위기쉼터를 통해 쉬면서 안정을 취할 수 있다. 강제적 입원을 막는 인권적인 대안 방안으로 시행되었으나 2022년, 국내에 1곳만 시범운행 되었고 시범 종료를 했다. 현재는 전국 3곳만 운영 중에 있다.

-병원 응급실 : 자살시도, 혹은 자해 충동으로 응급실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처치를 받고 안정제를 투여받게 된다. 병원비가 많이 든다.  평소 방문하던 병원이 아니라면 자살충동만으로 안정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지는 응급의의 소견에 따라야 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응급실 : 국내 최초 유일한 정신과 응급실이다. 다만 현재 코로나로 운영이 잠정 중단되었다. 운영이 될 당시에는 반드시 보호자와 동반해서 방문해야 했다.

-자살예방전화 : 전국 어디서든 유선으로 전화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사는 지정할 수 없으며 전화를 걸 때마다 상담사가 렌덤으로 배정된다. 시간대에 따라서 전화 연결이 지연되거나 늦어질 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문득, 정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다. 대부분 일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도해 본 나도 현 정신건강 실태에 대해서는 막막하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아야 한다. 부족한 지원일지라도 어떻게든 끌어모아 함께 하는 것이다.


 오늘 글은 정보성이라 좀 재미없었을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지만 최대한 정보를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 치료를 망설이고 있다면 복지센터부터 차근차근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추가로 정보가 궁금하다면 브런치 매거진 <우울한 작가의 치료일기>를 참고하기를!






오늘의 숙제는 근처 상담센터와 병원, 복지센터 알아보기!


1. 상담센터 / 전화번호 / 위치 /  상담사 이력

2. 병원이름 /  전화번호 / 위치 / 의사 이력

3. 복지센터 /  전화번호 / 위치 / 상담가능 시간


 위 목록을 채워보자.


숙제 :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 3개 이상 작성하기

※심화과정 : 상담 전화 걸어보기


#6_자살 충동 매뉴얼 / 홀로 남은 당신을 위해



*현 자살예방을 직시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 표현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새 연재물로 매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시는 병원 문의 및 특정 병원을 추천은 받지 않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uyeon_lee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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