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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Jan 20. 2024

내 치료자는 좋은 치료자일까?
(feat.정신과/상담)

#10 [주의보] 행동요령 (2)

 [주의보] 단계라고 해서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주의보] 상황은 이미 '자살 충동'이 있는 상태이며 이 상태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정적 신호다. 에이, 다 한 번쯤은 죽는 생각을 하지 않나?라고? 그렇지 않다. 이에 관한 한 가지 놀란 에피소드가 있다.


 한창 병원 치료를 받던 초기였다. 나는 죽고 싶다는 게 뭐 그리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 인생의 반 이상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처음 정신과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지인의 말을 들었다. 사업 실패와 빚더미 속에서 '자살'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깜짝 놀라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자신이 죽음을 떠올린 것이 너무나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이러하듯 '자살 충동'이 있다는 것은 '이미 위험한' 상태이다. 즉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신과 치료에서 좋은 라포를 쌓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료자에게 상처받고 상담에 등을 돌리기도 한다. 혹시 치료를 받고 있다면, 당신의 치료자는 좋은 치료자인가? 오늘은 나쁜 정신과 의사, 상담사의 15가지 공통점을 소개한다(출처_멘털헬스코리아 https://www.mentalhealthkorea.org/)


나쁜 정신과 의사 & 상담사의 15가지 신호들

1.내 말을 경청하지 않거나 내 질문/말에 대해 제대로 응답하지 않음 

2.나를 판단하기 (ex."고3이면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이럴 시간이 있어요?")

3.내가 해야할 일에 대해서 말하기(지시하기) (ex."헤어지는 게 답인 걸 알고 있죠?")

4.종교적, 영적, 정치적 또는 사회적 신념을 강요하는 행위

5.비밀 유지 위반

6.내 주변의 사람들을 비난하도록 부추기는 상담사 

7.내가 가진 정신과적 진단명, 질환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도록 말하는 치료사 (ex."양극성 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평생 비밀로 가져가는 게 좋을 거예요.","너 같은 애들 내가 많이 봤는데...")

8.치료사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

9.말하고 싶지 않거나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강요하는 사람 

10.성급한 진단 또는 과잉 진단 : "문제화" 하는 의사, 절망을 주는 의사 (진단명보다 당신의 삶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즉시 진단을 요구하지 않는 한, 진단하는 것이 진료의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

11.내담자의 피드백이나 비판에 대해 지나치게 방어적인 치료사 (ex."당신이 의사세요?" ,"당신은 문제가 많아요.")

12.치료적 접근만을 하거나, 강요함 (ex. 이 증상엔 이 약, 저 증상엔 저 약 식으로 기계적인 처방을 하는 의사)

13.시계/폰을 너무 자주 확인하는 상담사

14.모니터 화면 또는 메모에 지나치게 묻혀 있는 치료사 

15.부적절한 접촉 

*보다 자세한 내용은 https://www.mentalhealthkorea.org/36/?idx=15572828&bmode=view
기사를 참조해주세요.


 이러한 내용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 역시 '나쁜' 치료자를 만난 경험이 있다. 딱 이렇게 말했다.


너 같은 애들 내가 많이 봤는데...


  당시 내 나이는 열일곱이었다. 인생의 첫 정신과에서 그 얘길 들으니 화가 나며 다시는 정신과를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좋은 치료자를 만났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만성이 되어 치료가 어려운, 지금의 모습과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물론 지금의 치료자를 만나 많은 것이 변했다) 그렇기에 계속 얘기할 수밖에 없다.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나쁜 의사, 나쁜 상담사가 '인간적'으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를 상처주기 위해 일부러 그러지 않을 테니. 그러나 우리는 돈을 내고 치료를 받는다. 나쁜 치료자의 공통점을 아는 것은 소비자로서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을 아는 것과 비슷하다. 돈을 주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없으니까. 물론 나쁜 치료자라 해서 단박에 끊어내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얘기하고 서로 수용하면서 맞춰나가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니까. 또한 안 좋은 인상을 좋게 만들어가는 경험도 인간관계에서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좋은 치료자를 만나는 것은 어떤 일일까? 같은 기사에서 발췌하여 공유한다.


내 상담사, 정신과 의사가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신호들

-정신건강 컨디션(또는 증상)이 호전되고 있나요?

-이전보다 덜 불안하고, 덜 우울한가요?  

-내 관계가 좋아졌나요?  

-내가 바꾸고 싶었던 것을 바꿨나요?  

-감각이 덜 마비되고 내 감정이 더 많이 느껴지나요?  

-나는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나요?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더 잘 받아들이게 되었나요?  

-내 시간과 에너지에 대해 더 나은 경계를 설정하고 있나요?  

-나는 내가 즐기는 일을 더 많이 하고, 건강하지 않은 일을 덜 하고 있나요?  

-나 자신을 지키고, 내게 필요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요청하는 것이 더 쉬워졌나요?  

-건강한 새 습관을 들였거나 나쁜 습관을 버리게 되었나요?  

-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새로운 모험을 할 만큼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나요?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 같나요? 또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진료실(상담실) 밖에서 치료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고 있나요?

-내가 추구하고 싶은 더 깊은 목표나 치유하고 싶은 더 깊은 상처를 발견했나요?

-멘탈헬스코리아


 좋은 치료자와의 관계는 우리가 맺는 사회적 인간관계로 확장된다. 물론 나 자신과 맺는 관계 또한 달라진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불안하거나 회피하고 싶은 관계를 마주할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나의 경우 8년 간 치료를 이어오며 인간관계에 관한 불안이 줄었다.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한다는 게 인간사라는 것을 치료관계를 통해 배워나갔달까.


 또 하나 더. 그간 나의 치료관계는 획일적이었다. 한 의사만 만나고 대화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나는 다른 상담자, 치료자에게도 마음이 열렸다. 다른 상담사의 말을 깊이 듣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니 의존관계는 어느새 의지하는 관계로 차츰 달라졌다. 이 역시 좋은 치료관계의 결과라 해야 할까.


 세상에 좋은 치료자는 많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처음 정신과 치료나 상담치료라면 미리 검색을 해보거나 각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문의를 해 보자. (이 내용은 브런치 글 중 <우울한 작가의 치료일기>를 참조하면 된다) 만약 금전적 문제가 있다면 이 역시 복지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전화를 한 번 걸어보면 어떨까?

인생을 바꿀 만남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의 숙제는 지금 내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좋은 부분과 서운했던 부분을 떠올려보자 


-치료자에게 도움을 받은 기억 :

-치료자에게 실망했던 기억

-치료자가 고쳤으면 하는 부분 : 


※숙제 : 지금 치료자는 어떤 치료자인지 떠올려보기 / 치료자가 없다면 상담 예약해보기

※심화과정 : 좋았던 점과 서운했던 점을 정리하여 치료자와 공유하고 얘기 나눠보기


#10_자살 충동 매뉴얼 / 좋은 치료자 찾기_[주의보] 행동요령(2)


*현 자살예방을 직시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 표현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새 연재물로 매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4년부터 자살예방 전화가 109로 통합되었습니다.


@suyeon_lee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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