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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Jun 02. 2019

갈 곳을 잃은 아이들_청소년 보호시설 당사자 인터뷰1

우울한 작가의 치료일기

시설 동생들을 대리고 맛있는 걸 먹고 싶어요. 
아직 저를 위한 일은 생각하기가 어려워요.



안녕하세요, 작가 이수연입니다.


오늘은 제가 꼭 알리고 싶던 문제와 내용에 관한 인터뷰입니다.

가정 폭력이나 갈 곳을 잃은 유아와 청소년이 가야 할 곳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제대로 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가정 폭력으로 보호 기관에서 지내는 학생분을 인터뷰했습니다.

실제로 시설이 어떻게 이뤄지고 생활은 어떤지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밝게 얘기해주는 학생분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픔을 계속 가지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모습에 

이런 문제에 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2회에 나눠 연재될 예정입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해주세요

A. 고등학교 3학년이고 시설에서 2년 반 정도 살고 있는 여학생입니다.



Q. 많은 분들이 시설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A. 시설에는 사설과 공립이 있는데 제가 지내는 곳은 공립 시설이에요. 

사설은 삼진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시설이 문을 닫게 되어 있어요. 

그러면 그 시설에 거주하는 애들은 다른 시설에서 인원수대로 맡지만, 

대부분 시설은 포화상태라고 보시면 돼요. 

연령대는 장애가 있는 경우 성인이 있기도 하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막내는 들어올 당시 나이가 8개월이었어요. 

그리고 중장기 쉼터와 단기 쉼터가 있어요. 단기 쉼터는 최대 3개월까지 머물 수 있어요. 

퇴소 후에 한 달 안에는 재입소가 불가능하고 부모님께 바로 연락이 가요. 

그래서 다른 분들이 많이 생각하시는 곳은 단기 쉼터예요. 

그곳은 조금 더 제제가 강하지만 조금 들어가기 쉬운 곳이기도 해요. 제가 머무는 곳은 장기 쉼터고요.



Q. 시설에 처음 들어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가정폭력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가정폭력 강도가 심해 초등학교 때부터 신고가 몇 번 들어간 적 있었어요. 

당시에 엄마가 제 방에 불을 내서 발바닥에 모두 화상이 나고 가방도 다 탔어요. 

저는 당연한 일이라 친구들에게 그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냈는데, 

그 얘길 들은 친구의 부모님이 신고를 해서 과거의 가정 폭력 이력도 모두 밝혀졌어요. 

저는 생명의 위협을 받은 횟수가 백 번이 넘었어요. 

저는 폭력 피해 사례가 심했고

아동의 생명에 위협이 가할 정도의 피해였기 때문에 격리조치가 되었어요. 

저는 조금 특이 케이스이고 보통은 바로 격리조치 되지 않아요. 

오히려 심한 폭력이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과거에 가정 폭력 신고 이력이 없었다면 바로 격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거예요.



Q. 시설에 계시는 분들 중 다른 사례도 있을까요?

A. 가정 환경이 어렵거나 이혼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다른애는 부모님께서 이혼하고 혼자서 살아야 한다며 자신을 데려가면서 버리지 말라고 엄청 울었대요. 

그게 다섯 살 때 일이었는데 지금도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부모님이 두 분 다 돌아가셔서 시설에 오는 경우도 있고요.



Q. 보통 부모님에 관한 감정은 어떤가요?

A. 제가 살아온 환경 자체가 너무 안 좋았어요. 

어렸을 때 맞아서 피를 흘려도 병원에 안 가는 게 당연한 지 알았어요. 

원래 그렇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워낙 어릴 때부터 그래와서 특별히 원망을 하진 않아요. 

엄마 생각을 많이 해서 오히려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시설 생활을 간략하게 얘기해 줄 수 있을까요?

A. 청소년동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고 대부분 아침밥은 안 먹어요. 

오후에 돌아와서 방 안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고 어린 동생들을 놀아주거나 해요. 

어린아이 경우에는 다음 날 입고 갈 옷도 선생님이 모두 정해줄 정도로 제약이 많이 있어요.

 


Q. 시설은 어떻게 나눠져 있나요?

A. 동이 크게 네 개로 나눠져 있어요. 

남성 청소년, 여성 청소년, 남성 아동, 여성 아동으로요. 

남성 청소년동을 제외하고는 다 여자 선생님이 맡아요. 

남성 아동의 경우 여선생님이 씻기기 어려운 나이가 되면 남성 청소년동으로 옮기게 돼요. 

청소년동 통금 시간은 밤 11시이고 아동은 조금 더 빡빡한 편이에요.

 


Q. 용돈이나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A. 주로 크게 여름 옷과 겨울옷 두 번 정도 개인당 십만 원 정도 옷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참여하지 않으면 살 수 없어요. 용돈은 어린애들은 얼마 전까지 없었고, 

8살이 되면 한 달에 천 원에서 요즘 일주일에 천 원으로 올랐어요. 

청소년은 달에 2만 원이요. 시설비랑 식사는 모두 정부에서 지원이 가능해요. 

휴대전화 요금도 지원해주고요.

 


Q. 용돈 부족하지 않아요?

A. 사실 부족해요. 애들한테 과자 몇 번 사주면 끝나요. 

용돈이 다 떨어지면 그냥 다음 용돈 날을 기다려요. 추가로 주거나 하지 않아요.



Q. 시설 환경이나 생활은 어때요? 다른 사람에게 시설에 관해 어떻다고 얘기하고 싶나요?

A. 근데 시설에 오는 것 자체는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생명의 위협이 있었기에 들어왔지만, 시설이 엄청 관리가 잘 되는 것 같지 않아요. 

시설 자체에서 선생님이 구타하거나 내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고 치안도 좋지 않고요. 

정말 집이 생명에 위협을 주지 않는 한, 시설 생활이 좋다고 할 수 없어요. 

생각보다 보호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아요. 

기회라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봤어요. 시설에 들어오기 전에 신중하게 선택했으면 해요. 

그래도 들어와야 한다면, 어릴 때부터 들어오는 게 나중에 독립할 때 좋아요. 

그리고 어린애들은 3명이서 한 방을 써요. 책상 큰 것 하나에 침구가 다예요. 

발을 뻗고 자기가 어려울 정도로 작아요. 창문이 없는 방도 있고요. 

1층부터 있는데 창문 자체가 뚫려있지 않은 방에 있으면 시간도 알 수 없어요. 

시설에 벌레가 많아서 들어오기 전에 사비로 살충제를 사 오는 걸 추천해요. 

제가 지내는 곳은 뒤에 야산이 있어서, 시설에 들어오기 전에 주변 환경을 잘 봤으면 좋겠어요.



Q. 살충제는 지급해주지 않나요?

A. 여름에만 지원이 되고 평상시엔 지급되지 않아요. 하지만 평상시에도 살충제가 필요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는 사비를 모아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Q.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A. 시설 애들이랑 같이 맛있는 간식을 파는 곳에 가보고 싶어요. 

후원 들어오는 빵도 다 맛이 없는 빵이거든요. 어린 동생 중에선 피자빵도 못 먹어 본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시설 동생들을 대리고 맛있는 걸 먹고 싶어요. 아직 저를 위한 일은 생각하기가 어려워요.



-2부에 계속-


*본 인터뷰는 개인의 경험에 의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모든 시설이 동일하지 않으며 시설마다 차이가 있음을 밝힙니다*





작가 이수연


*우울한 당신에게 위로와 공감이 될 글을 씁니다.*

*북토크, 스피치 등 문의는 제안하기, 이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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