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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하는 스노우 May 12. 2022

타인의 인정이 행복의 기준이 된다면?

<미움받을용기>

쇼미더머니9 참가자 콕스빌리 vs 스윙스 모두를 긴장시킨 1차 예선 (tistory.com)출처: Mnet
증명해, 증명해, 증명해, 또
I can take a few punches and a joke
걔네들은 왕 이래 we say no
11년째 믿고 가는 나의 촉

Keep Going (Feat. BewhY, nafla, ZICO) (Prod. By IOAH) / 스윙스(Swings)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에 스윙스라는 래퍼가 있습니다. 쇼미더머니라는 랩 경영 프로그램에 나와 화제가 되었고, 출중한 랩 실력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는 just music이라는 레이블의 수장이기도 합니다. 스윙스는 개성 있는 래퍼들을 just music으로 영입했는데요. 그러면서 just music은 래퍼들이 인정하는 레이블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스윙스는 부와 명예를 다 가진 래퍼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도전을 멈추지도 않으면서 음악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과연 이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인정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네요. 


그런데 쇼미더머니9에 갑자기 스윙스가 프로듀서가 아닌 참가자로 나와서 화제였습니다. 여태껏 스윙스는 쇼미더머니2에 참가자로 참여한 이후로, 실력을 인정받고 줄곧 프로듀서로 쇼미더머니와 함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음악, 좋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해내었죠. 하지만 갑자기 참가자로 쇼미더머니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은 대중들과 래퍼들은 의아했습니다. 


보통 쇼미더머니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실력자, 떠오르는 루키, 랩을 좋아하는 아마추어들이 참가합니다. 가끔 스타성을 지닌 래퍼들이 참가자로 참여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실력을 검증받은 래퍼들에게는 핸디캡이 주어집니다. 프로듀서들의 기준이 매우 높아지는 것인데요. 실력을 지닌 래퍼이기 때문에 더 좋은 가사, 더 좋은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는 암묵적인 기대감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결승까지 간 유명한 래퍼들도 있었지만, 도중에 떨어진 실력자 래퍼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이번에 스윙스가 나온 쇼미더머니9에는 프로듀서에 스윙스 회사인 just music 아티스트들이 있었는데요. 그들은 2차 심사에서 스윙스의 음악이 시작하기도 전에 탈락버튼을 눌렀습니다. (프로듀서가 4팀이 있는데 모두 탈락 버튼을 눌러야지 탈락하는 시스템입니다.) 공정성을 위해서죠. 그래서 스타성을 지닌 래퍼는 도중에 탈락하면 득 될 게 없고 결승에서 우승한다고 하더라도 본전입니다. 왜냐면 실력 있는 래퍼니까요.  즉, 스윙스에게 쇼미더머니는 득 될 것이 없는 그저 부담스러운 경영 프로그램입니다. 


도대체 왜 스윙스가 쇼미더머니에 참가자로 나왔는지 저는 이해가 안 갔습니다. 물론 스윙스의 랩을 들을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었지만 정작 스윙스 자신에게는 좋은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프로듀서들도 당황스러움을 나타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같이 심사를 진행했던 동료가 갑자기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어색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더더욱 스윙스의 참가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고 다른 사람의 안색을 살피면서 사는 인생, 다른 사람이 소망을 이룰 수 있게 거들면서 사는 인생. 자네 말대로 이정표가 될지도 몰라. 하지만 너무 부자유스러운 삶 아닌가? 그러면 왜 그런 부자유스러운 삶을 택하는 것일까? 자네는 자꾸 인정욕구라고 하는데, 정확하게는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걸세.

<미움받을 용기>, p181


'퇴물래퍼'라는 악플러의 비난

스윙스는 쇼미더머니에 참여한 이유를 '증명'이라고 했습니다. 스윙스는 데뷔 초부터 심한 악플로 고통받아왔습니다. 스윙스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강한 느낌이 있었는데요. 래퍼 중에 스윙스처럼 강한 이미지를 가진 존재가 없었기에 신선했고,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신체적인 비하 발언, 꽥꽥 소리만 지를 줄 안다는 등 여러 악플에 시달리곤 했죠. 스윙스는 악플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했고 이런 대응에 대해서 대중들은 옹호적이었습니다.


모든 악플에 대해서 의연하게 대처했던 스윙스도 참지 못하는 아킬레스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랩 실력이었는데요. 악플러는 스윙스를 보고 '퇴물 래퍼'라며 비난하였습니다. 온갖 비난에 잘 참고 대응했던 스윙스는 이 말에 참지 못했습니다. 어떠한 공격에도 베테랑 수비수처럼 방어하던 스윙스에게 '퇴물 래퍼'는 회심의 일격과도 같았습니다. 데뷔 이후 랩 실력 하나로 인정받고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던 스윙스는 저 한 단어로 이제는 랩 못하는 레이블의 수장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된 격이 된 것이죠. 스윙스는 격히 분노했고,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쇼미더머니에 참가자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스윙스 증명했다vs퇴물이다 - 힙합 - 에펨코리아 (fmkorea.com)출처: Mnet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어. 자유롭게 살 수 없지.

<미움받을 용기>, p187

스윙스의 무대는 경이로웠습니다. 저는 랩이 시작하고 감탄하며 입을 벌렸는데 랩이 끝날 때까지 다물 수 없었습니다. 데뷔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너무 멋진 래퍼였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그가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SNS에서는 스윙스 랩이 도배가 되었었고, 유튜브에도 스윙스 랩 동영상이 핫 클립으로 떠올랐습니다.  그의 영향력은 한국 힙합 신에서 상당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죠.


하지만 스윙스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윙스는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지쳐 보였지만 그의 가사처럼 계속 증명하고 증명하고 또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악플러는 요지부동이었고 오히려 더 매몰차게 비난했습니다. 참 무슨 심보일까, 왜 저렇게 비난하는 것일까 이해하지 못하는 의문이 생겼지만 악플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스윙스는 지쳐 보였고 힘들어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로서 그 상황이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다 읽고 서평을 쓸 때 스윙스가 생각났습니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내용 중 하나가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하지 않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노력은 나의 생각, 행동을 타인을 향해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즉,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아닌 것이죠.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으니 불행할 수밖에요.


악플러에 대응하기 위해 스윙스는 쇼미더머니에 나와 화려한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모두 입을 모아 아직도 스윙스는 미친 존재감을 내뿜고 있구나.라고 평가했지만 스윙스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스윙스의 행동, 생각들이 모두 타인에게 쏠려있기 때문이었죠.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


철학자: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는 것은 내 과제야. '나를 싫어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타인의 과제고. 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나는 거기에 개입할 수 없네. 물론 전에도 말했듯이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가는' 노력은 할 걸세. 하지만 거기서 물을 마시냐 마시지 않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과제지.

청년: ...... 그게 결론입니까?

철학자: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자네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걸세.

<미움받을 용기>, p189


저자는 스스로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스스로의 과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쳐내는 것은 스스로의 과제입니다. 의사 결정권자가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죠. 타인의 과제도 타인이 주체이며 의사결정권이 타인에게 있습니다. 즉, 나에게는 타인에게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전적으로 타인의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지죠. 저자는 이 구분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스윙스를 테러하는 악플러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악플러의 마음은 스윙스가 개입할 수 없는 타인의 과제 영역입니다. 아무리 스윙스가 따뜻한 말을 하고, 좋은 행동을 보이고, 좋은 음악을 선보이고, 선행을 베풀어도 비난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죠. 


KBS에서 방영되었던 상담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서 신동엽 MC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모든 사람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최근에 <일로 만난 사이>에서 국민 MC 유재석은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유재석은 여러 프로그램을 소화하게 되면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아서 많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방송계에서는 '까탈스럽다', '까다롭게 일 고른다'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여러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예전만큼의 영향력이 나오지 않는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평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 MC 유재석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죠. 곧이어 장성규는 '그래도 형을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유재석은 '그럼 내가 만나게 해줄까?'라고 말하면서 웃음을 자아냈는데요. 즉 유재석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죠.

노는게 제일좋았던 유재석이 정상에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 이래서 유재석 유재석 하는구나� | #일로만난사이 EP5-11 - YouTube출처: tvN

저는 스윙스가 타인의 과제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타인의 과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과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타인의 시선에 억압받는 것을 경험하고 익숙해져 있습니다. 타인에게 잘 보여야 하고,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년간 쌓여있는 습관들, 생각들, 행동들을 한 번에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차근차근 고쳐나가야겠죠. 이런 과정을 통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면 더욱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타인에게 미움받을 용기는 멋진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위한 용기이고 행복해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스윙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의 TMI]

1. 원래 이 책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졸꾸러기'님이 추천해 주셔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음. 또 추천해 주세요~

2. <미움받을 용기>는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인 듯.

3. 요새 몸이 회복되고 있음. 맛있는 음식들 리스트 정리 중. 내일 돈가스 먹을 생각에 행벅

4. 스윙스도 돈가스 덕후

5. 돈가스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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